후안 라몬 히메네스(Juan Ramón Jiménez) 3

후안 라몬 히메네스(Juan Ramón Jiménez)

나는 내가 아니다​ ​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언제나 내 곁에 있는 자 이따금 내가 만나지만 대부분을 잊고 지내는 자, 내가 말할 때 곁에서 조용히 듣고 있는 자, 내가 미워할 때 容恕(용서)하는 자, 가끔은 내가 없는 곳으로 산책을 가는 자, 내가 죽었을 때 내 곁에 서 있는 자, 그자가 바로 나이다. * * * * * * * * * * * * * * * I am not I I am I, I am this one Walking beside me whom I do not see, whom at times I manage to visit, and whom at other times I forget; who remains calm and silent while I talk, and forgives, gentl..

후안 라몬 히메네스(Juan Ramón Jiménez)

소녀의 죽음 ​ 분노와 질투에 눈이 멀어서 그는 순진한 그 소녀를 죽였어요. 미소 지으며, 미소 지으며 그 소녀를 죽였어요. 눈같이 하얀 작은 상자에 넣어 사람들을 그녀를 무덤가로 데려갔어요. 가슴의 상처에서는 가느다란 핏줄이 솟아 나오고, 티 없는 그녀의 얼굴은 첫 키스의 여운을 간직한 채, 눈은 울고 있었고, 반쯤 벌린 입술은 하늘의 눈물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어요. 하얀 밀감 꽃들 사이로, 상자의 흔들거림에 따라, 미소 지으며, 미소 지으며 그 소녀는 떠나갔어요. * * * * * * * * * * * * * * * * 후안 라몬 히메네스(Juan Ramón Jiménez, 1881년 ~ 1958년)는 에스파냐의 시인이다. 후안 라몬 히메네스는 1881년 스페인 남부에 위치한 안달루시아의 항구도시..

후안 라몬 히메네스(Juan Ramón Jiménez)

묶인 개 내게 있어서 가을의 시작이라는 것은, 프라테로. 석양과 함께, 스산함과 함께 가련해지는 뒷마당 혹은 앞마당 정원수 수풀의 인기척 없는 곳에서, 한마음으로 오랫동안 짖어대고 있는 한 마리의 묶인 개처럼 생각되는 것이다…… 날이 갈수록 노랗게 물들어가는 이 무렵은, 어디에 가도 지는 해를 향해서 짖어대는 그 묶인 개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것이다, 프라테로…… 그 짖는 소리는, 내게는 아무래도 슬픔의 노래로 들리는구나. 그것은 흡사 욕심스러운 마음이 사라져 가는 보물의 마지막 한 조각을 잡으려고 하는 듯이 생명이라는 생명이 사라져 가는 황금의 계절에 바싹 뒤따르려고 하는 순간인 것이다. 하지만 그 욕심스러운 마음이 끌어모아져 이르는 곳에 숨겨진 황금은 환상과 같은 것이다. 마치 아이들이 거울 조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