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Tomas Transtromer) 3

스웨덴: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Tomas Transtromer)

고독한 스웨덴의 집들 뒤엉킨 검은 가문비나무와 연기 뿜는 달빛. 이곳에 나지막이 엎드린 작은 집이 있고 한 점 삶의 기미도 없다. 이윽고 아침 이슬이 웅얼거리고 노인이 떨리는 손으로 창문을 열어 올빼미를 내보낼 때까지. 멀리 떨어진 곳에는 새 건물이 김을 내뿜으며 서 있고, 세탁소의 나비가 모퉁이에서 퍼드덕거린다. 죽어가는 숲의 한가운데서 퍼덕이는 나비, 그곳에서 썩어가는 것이 수액(樹液)의 안경을 통해 나무껍질 뚫는 기계의 작업을 읽는다. 짖어대는 개 위로 삼단 같은 머릿결의 비 또는 한 점 고독한 천둥구름을 동반한 여름이 있고, 씨앗이 땅 속에서 발길질하고 있다. 흔들리는 목소리들, 얼굴들이 황야의 먼 거리를 가로질러 발육부진의 잽싼 날갯짓으로 전화선 속을 날아간다. 강 속에 있는 섬 위의 집이 자신..

스웨덴:트란스트뢰메르(Tomas Transtromer)

사물의 맥락 저 잿빛나무를 보라. 하늘이 나무의 섬유질 속을 달려 땅에 닿았다 땅이 하늘을 배불리 마셨을 때, 남는 건 찌그러진 구름 한 장뿐, 도둑맞은 공간이 비틀려 주름 잡히고, 꼬이고 엮어져 푸른 초목이 된다. 자유의 짧은 순간들이 우리 내부에서 일어나 운명의 여신들을 뚫고 그 너머로 선회한다 * * * * * * * * * * * * * * * * 토마스 예스타 트란스트뢰메르(Tomas Gösta Tranströmer, 1931년 4월 15일 ~ 2015년 3월 26일)는 스웨덴의 시인, 번역가이다. 2011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스웨덴의 노(老) 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는 한국 독자에게 매우 생소하다. 국내 번역된 시집이 『기억이 나를 본다』(들녘社) 한 권에 불과하다. 하지만 스웨덴에서는 1..

스웨덴:트란스트뢰메르(Tomas Transtromer)

기억이 나를 본다 유월의 어느 아침, 일어나기엔 너무 이르고 다시 잠들기엔 너무 늦은 때. 밖에 나가야겠다, 녹음이 기억으로 무성하다, 눈 뜨고 나를 따라오는 기억. 보이지 않고, 완전히 배경 속으로 녹아드는 완벽한 카멜레온. 새소리가 귀먹게 할 지경이지만, 너무나 가까이 있는 기억의 숨소리가 들린다. * * * * * * * * * * * * * * * Memories Look at Me A June morning, too soon to wake, too late to fall asleep again. l must go out ㅡ the greenery is dense with memories, they follow me with their gaze. They can't be seen, they 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