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환상 오두막 앞 그늘 속에 편히 앉아 농부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평화로운 마을을 지나는 나그네에게 저녁 종소리 다정스레 울려온다. 이제 어부들도 항구로 돌아오고 먼 도시에서는 시장터의 시끌벅쩍한 소리 흥겨이 잦아드는데, 고요한 정자엔 우정 어린 만찬의 불빛이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이 땅의 사람들은 모두 다 노동과 그 보답으로 살아가고, 수고와 안식을 번갈아 가며 모든 것이 평화롭기만 한데, 어찌하여 내 가슴속에 박혀 있는 가시는 도무지 잠들 줄 모르는가? 저녁 하늘에 봄은 꽃몽오리를 열고, 장미 송이들 수없이 피어나서 고요히 빛나는 황금빛 세계, 오 저곳으로 나를 데려가다오 진홍빛 구름이여! 저 아득히 높은 곳의 빛과 바람 속에서 나의 사랑도 고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