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라브 하우게(Olav H. Hauge) 3

노르웨이:울라브 하우게(Olav H. Hauge)

한국 나란히 누워 있다. 적이든 아군이든 갈빗대 사이엔 풀이 돋고, 눈구멍으로는 빛나는 양귀비, 얼굴 찌푸린 녹슨 무기들. 이제 그들은 평화를 얻었다. 어디에 경계선이 그어질지 더 이상 줄다리기 하지 않는다., 옳은 쪽이 이기든 그른 쪽이 이기든. 각자의 경계를 두고 싸우던 시절의 이빨을 넘나들며 죽음의 비밀이 배회한다. 한국의 흙에서 나온 인골들이여, 협상 테이블 너머 그림자처럼 숨죽인 그대들을 본다, 계획된 행위 끝에 그대 형제인 죽임이 퇴적물로 쌓이는 그곳. 죽음은 말이 없고, 그저 정치가의 싸늘한 의식에 담긴 희미한 찌푸림일 뿐. 그대의 평결은 날인 찍히고 서명되어- 서류철로 던져진다 ​ * * * * * * * * * * * * * * * 노르웨이의 국민 시인인 울라브 하우게(Olav H. Ha..

노르웨이:울라브 하우게(Olav H. Hauge)

어린나무의 눈을 털어주다 ​ 눈이 내린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춤추며 내리는 눈송이에 서투른 창이라도 겨눌 것인가 아니면 어린 나무를 감싸 안고 내가 눈을 맞을 것인가 ​ 저녁정원을 막대를 들고 다닌다 도우려고. 그저 막대로 두드려주거나 가지 끝을 당겨준다. 사과나무가 휘어졌다가 돌아와 설 때는 온몸에 눈을 맞는다 ​ 얼마나 당당한가 어린 나무들은 바람 아니면 어디에도 굽힌 적이 없다 ㅡ 바람과의 어울림도 ​ * * * * * * * * * * * * * * * 울라브 하우게(Olav H. Hauge, 1908~1994) 울라브 하우게는 1908년 노르웨이 울빅에서 태어나 1994년까지 그곳에서 과수원 농부로 평생을 일하며 살았다. 고향 울빅에서 평생 정원사로 일하며 400여 편의 시를 쓰고 20..

노르웨이:울라브 하우게(Olav H. Hauge)

진리를 가져오지 마세요 진리를 가져오지 마세요 태양이 아니라 물을 원해요 천국이 아니라 빛을 원해요 이슬처럼 작은 것을 가져오세요 새가 호수에서 물방울을 가져오듯 바람이 소금 한 톨을 가져오듯 ​ * * * * * * * * * * * * * * * 울라브 하우게(Olav H. Hauge, 1908~1994) 노르웨이 울빅(Ulvik)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살았다. 원예학교에서 공부한 후 정원사로 평생 일했다. 어릴 때 두 명의 형과 한 명의 누이를 차례로 잃었다. 5년 새에 세 명의 형제와 이별하는 아픔을 겪었다. 또 정신병원에 여러 번 입원하기도 했다. 병원에서 그는 수많은 책을 읽었고 독학으로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를 익혀 시를 번역하기도 했다. 그의 시는 20여 언어로 번역되었다. 그의 문학은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