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午睡) 뜨겁게 달아오른 정원의 담벼락에 바싹 대고 파리한 얼굴로 오수에 빠진다. 가시덤불 사이로 검정새들이 똑똑 쪼는 소리 그리고 뱀들이 스치는 소리를 듣는다. 갈라진 땅의 틈새로, 혹은 풀잎 위로 나지막한 흙더미 위로 쉴 새 없이 무너지다 엇갈리는 빨간 개미들의 행렬을 본다. 벌거벗은 꼭대기에 매미들이 찢어질 듯 우는 동안 하느적이는 나뭇잎 사이사이로 바다 물결이 멀리서 헐떡이고 있다. 눈부신 햇살 속에 방황하는 우리의 삶과 괴로움이여, 그대는 꼭대기에 병조각들이 박힌 담장을 따라가는 것과 어찌 그리도 똑같은가, 서럽고, 놀란 마음으로 느껴 본다. * * * * * * * * * * * * * * * * * 에우제니오 몬탈레(Eugenio Montale,1896년 10월 12일 ~ 1981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