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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

시 ​그러니까 그 나이였을 때.시가 나를 찾아왔어. 모르겠다, 난 그게 어디서 왔는지.겨울에서인지 강에서 인지.언제 어떻게 왔는지 나는 모르겠어.아니,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누가 말해준 것도 아니고책으로 읽은 것도 아니고 침묵도 아니었어.헤매고 다니던 길거리에서.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활활 타오르는 나의 가슴을 움직였어. 또는 혼자 돌아오는데 말이야 고독한 길에서그렇게 얼굴 없이 있는 나를 건드리더군.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어. 내 입은 이름들을 도무지 대지 못했고,눈은 멀었으며, 내 영혼 속에서 뭔가 시작되고 있었어.열(熱)이나 잃어버린 날개, 혹은나는 내 나름대로 그 불을 해독하며 어렴풋한 첫 줄을 썼어.어렴풋한, 뭔지 모를, 순전한 난센스.아무것도 모르는 어떤 사람의 순수한 ..

메리앤 무어(Marianne Moore)

시 나도 시가 싫다. 이 하찮은 말장난보다 중요한 것들이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이 말장난을 아무리 완전히 경멸하면서 읽으려 해도, 결국엔 그 안에 뭔가 진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뭔가를 잡을 수 있는 손, 크게 떠질 수 있는 눈, 때론 일어서는 머리카락,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 ​ 거창한 해석을 그 위에 갖다 붙여서가 아니라, 그것들이 유용하기 때문이다. 원래의 뜻을 너무 많이 손대고 변형시켜 그 뜻을 이해할 수 없다면, 이건 우리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겠지만 - 즉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이다. ​ 거꾸로 매달려 먹이를 찾는 박쥐, 밀어붙이는 코끼리, 몸을 뒤집는 야생마, 나무 아래 지칠 줄 모르는 늑대, 몸에 붙은 벼룩에 언짢아하는 말처럼 살을 꼬집는 냉엄한 비평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