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12. 접 동 새

높은바위 2005. 6. 2. 06:04
 

12. 접  동  새

 

  접동

  접동

  어우래비접동


  津頭江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 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나라

  먼 뒤쪽의

  진두강 가람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누나라고 불러 보랴

  오오 불설워

  시새움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던 오랩 동생은

  죽어서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

  夜三更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 산 저 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1923년. 개벽



* 배경을 접동새의 설화에 두고 있는 이 시는, 7․5조를 바탕으로 한 민요조의 운율로 민족의 정한을 노래하고 있다.

  유사음․동음의 반복, 의성어와 활음조 등 극도의 언어 절약과 시어의 음악성이 주제와 유기적 결합 등으로 접동새의 이미지를 강렬하게 나타내고 있다.

  접동새의 설화 : 우리 나라에서 가장 흔한 민담(민간 설화)의 처첩간의 갈등이나 고부간의 갈등 등, 가정 비극을 다룬 것들이다. 의붓어미가 본처의 자식을 학대하는 설화는 우리 나라에 광범하게 유포되어 있다. 접동새가 독자들에게 손쉽게 읽힐 수 있는 것은 의붓어미 설화의 보편성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시의 전개 방식이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과정과 유사한 것도 설화적 배경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