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벨리에게
이명신
어린이집의 관상용수탉은 밤낮을 구분 없이 울어대고 있습니다.
그렇게 바뀌어 진 자유가 서러운지, 무엇이 불만스러운지, 늘 웁니다.
하긴 닭이 웃음을 알 턱이 있겠습니까?
자신은 웃어도 우리는 운다고 밖엔 말하지 않잖습니까?
100년 만에 오는 4월의 태풍에 밀린 구름이 이 아침 촉촉이 알맞게 도시의 소음을 잦아들게 합니다.
이런 아침이면 예의 정신적, 행동적 치매증상이 일어나곤 하지요.
집안을 왔다 갔다 하면서 반복적으로 옷을 입었다 벗었다 하거나,
신발장 속의 신발을 꺼내 신었다 다시 집어넣었다 하는 반복적인 행동을 하곤 합니다.
집에 있으면 감정의 기복이 심해져 안절부절못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기분이 좋아졌다가도
혼자라는 걸 알고는 멍하니 유리창에 부딪는 달 표면 같은 자국만 셉니다.
욕심의 빛이 마음에 어두움을 만들고, 애욕의 불이 마음에 그을음을 남깁니다.
우리들의 도시에서 감기한번 안 걸린 사람 있겠습니까만,
엎드려 울다가 잠이 들고, 혼자 앓다가 상처남기는 일도 많은데
나 지금 화석으로 남더라도 그림자를 일으켜 세우겠습니다.
다 세지 못했던 별, 다 세지 못한 빗방울을 또 세러 나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