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독일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Hans Magnus Enzensberger)

높은바위 2024. 3. 19. 08:24

 

미들클래스 블루스


우리는 불평할 수 없다.
우리는 할 일이 있다.
우리는 배부르다.
우리는 먹는다.
 
풀이 자란다.
지엔피가 자란다.
손톱이 자란다.
과거가 자란다.
 
거리는 한산하다.
종전 협상은 완벽하다.
방공경보는 울리지 않는다.
다 지나갔다.
 
죽은 이들은 유언장을 썼다.
비는 그쳤다.
전쟁은 아직 해명되지 않았다
그것은 급할 것이 없다.
 
우리는 풀을 먹는다.
우리는 지엔피를 먹는다.
우리는 손톱을 먹는다.
우리는 과거를 먹는다.
 
우리는 감출 것이 없다.
우리는 늦출 것이 없다.
우리는 할 말이 없다.
우리는 있다.
 
우리는 무엇을 아직도 기다리고 있는가?
 
시계가 다시 돌아간다.
상황은 정돈되었다.
접시는 씻겼다.
마지막 버스가 지나간다.
 
버스는 비어있다.
 
우리는 불평할 수 없다.
 
우리는 무엇을 더 기다리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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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Hans Magnus Enzensberger, 1929년 11월 11일 ~ 2022년 11월 24일)독일의 작가이자 시인이다.

한국에는 『수학 귀신』의 작가로 알려져 있다.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 (Hans Magnus Enzensberger)는 1929년 11월 11일, 독일 카우프보이렌에서 출생해 2022년 11월 24일, 독일 뮌헨에서 별세했다.

시ㆍ에세이ㆍ희곡ㆍ소설ㆍ비평ㆍ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여, 1945년 이후 독일 문학에서 가장 저명한 작가이다.

특히 사회 비판적이고 풍자적인 작품으로 베르톨트 브레히트 이후 가장 중요한 사회파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시, 산문, 드라마, 정치문화비평, 문학비평, 철학, 번역 등 여러 분야에 다작을 남긴 그는 독일 전후 문학의 대표작가로 꼽히고 있다.

1962년과 1978년 독일 비평가상을 받았고, 2010년에는 유럽 문화의 발달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소닝 상을 받았다.

 

그의 작품들 중에서도 1978년작 사회비평 『타이타닉의 침몰』이 가장 대표작으로 꼽힌다.

그의 에세이들과 정치분석들, 특히 제3세계에 관한 정치담론들은 그를 가장 중요하고 논쟁적인 문학계 인사로 꼽히게 만들었다.

그는 어른을 위한 책을 많이 썼지만 어린이를 위한 책도 썼다.

그중에서도 특히 1961년에 처음으로 펴낸 『모음집 Der Allerleirauh』을 통해 아동 문학가로서의 명성을 굳혔고,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쓴 수학 소설, 『수학 귀신』은 세계에서 폭넓게 읽히며 한국의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읽기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 로베르트 너 어디 있었니? , 『빕스의 엉뚱한 소원』, 『달과 달팽이』, 『타이타닉의 침몰』 등 여러 편의 작품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