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독일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Hans Magnus Enzensberger)

높은바위 2024. 3. 22. 08:36

 

똥(Die Scheie)

 

곧잘 그것이 모든 잘못의 근원인양

이야기하는 것을 듣는다

보시라, 그것은 얼마나 부드럽고 겸손하게

우리 밑에

앉아 있는가?

도대체 우리는 왜 그 좋은

이름을 모독하여

미국 대통령에

경찰에

전쟁과

자본주의에

비유되는가?

 

그것은 얼마나 덧없는 것인데,

그것에 따라 이름 붙인 것들은

저토록 견고한가!

그것, 그 순종적인 것을

혀끝에 올려놓고 우리는

착취자들을 생각하는구나.

그것, 우리가 표현해 보인 그것이

지금도 여전히 우리의 분노를

표현해야 하는가?

 

그것은 우리를 편하게 해 주지 않았던가?

부드러운 성질로

독특하게, 비폭력적으로?

그것은 인간의 온갖 산물 가운데

아마도 가장 평화로운 것이리라.

그것이 우리에게 무슨 짓을 했단 말인가?

* * * * * * * * * * * * * * *

 

*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Hans Magnus Enzensberger, 1929년 11월 11일 ~ 2022년 11월 24일)독일의 작가이자 시인이다.

한국에는 『수학 귀신』의 작가로 알려져 있다.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 (Hans Magnus Enzensberger)는 1929년 11월 11일, 독일 카우프보이렌에서 출생해 2022년 11월 24일, 독일 뮌헨에서 별세했다.

시ㆍ에세이ㆍ희곡ㆍ소설ㆍ비평ㆍ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여, 1945년 이후 독일 문학에서 가장 저명한 작가이다.

특히 사회 비판적이고 풍자적인 작품으로 베르톨트 브레히트 이후 가장 중요한 사회파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시, 산문, 드라마, 정치문화비평, 문학비평, 철학, 번역 등 여러 분야에 다작을 남긴 그는 독일 전후 문학의 대표작가로 꼽히고 있다.

1962년과 1978년 독일 비평가상을 받았고, 2010년에는 유럽 문화의 발달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소닝 상을 받았다.

 

그의 작품들 중에서도 1978년작 사회비평 『타이타닉의 침몰』이 가장 대표작으로 꼽힌다.

그의 에세이들과 정치분석들, 특히 제3세계에 관한 정치담론들은 그를 가장 중요하고 논쟁적인 문학계 인사로 꼽히게 만들었다.

그는 어른을 위한 책을 많이 썼지만 어린이를 위한 책도 썼다.

그중에서도 특히 1961년에 처음으로 펴낸 『모음집 Der Allerleirauh』을 통해 아동 문학가로서의 명성을 굳혔고,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쓴 수학 소설, 『수학 귀신』은 세계에서 폭넓게 읽히며 한국의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읽기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 『로베르트 너 어디 있었니? , 『빕스의 엉뚱한 소원』, 『달과 달팽이』, 『타이타닉의 침몰』 등 여러 편의 작품을 썼다.

 

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는 냉전 초 방사능 오염과 핵무기개발에 대한 비판을 담은 작품을 지속적으로 발표하였다.

초기시집 "방언"(1960), "점자책"(1964), 중기시집 "소멸의 푸리아"(1980)에 수록된 시 가운데 핵 문제를 형상화한 시들은 동·서독 분단, 이데올로기의 대립구도, 국제정치의 이해관계 등의 시대적 배경에서 탄생하였다.

특히 미국과 소련의 군비확장으로 인한 경쟁적 핵무기 개발과 핵실험, 방사능 오염 문제를 주제로 한 일련의 반핵 시는 기술과 과학의 성장으로 인한 자연파괴와 인류의 생존위협의 가능성을 심각하게 경고하고 있다.

 

그의 초기작품이 주로 자연과 문명, 자연과 인간(사회)의 대립구도를 통해 잃어버린 낙원에 대한 낭만적 비가형식을 실험했다면, 중기작품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보다 사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서술한다.

즉 미국과 소련의 핵실험으로 인한 섬의 황무지화와 개구리 멸종이라는 주제는 단순히 인간과 자연, 지배와 피지배, 착취와 억압, 폭력과 희생양의 대립관계를 넘어서서, 과학과 산업, 정치와의 유착으로 인한 기술 관료주의와 패권주의 등 사회구조의 저변에 얽혀있는 복합적 생태문제를 보여준다.

이처럼 냉전의 첫 세대로서 엔첸스베르거는 핵 문제와 함께 정치, 기술, 자본, 무기, 전쟁, 폭력, 죽음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필연적 과정을 시와 에세이를 통해 매우 효과적으로 주제화한다.

또한 핵 문제가 현생 인류가 직면한 제반 문제 가운데에서도 인류의 존속을 결정하는 가장 위협적인 문제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오늘날 핵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의 문학은 여전히 유효한 경고와 성찰의 메시지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