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독일

프리드리히 횔덜린(Johann Christian Friedrich Hölderlin)

높은바위 2023. 12. 2. 07:06

 

소년 시절


내 소년이었을 적에
신께서는 인간들의 거친 소리와 채찍으로부터
나를 숱하게 구원해 주셨습니다.
그 시절에 나는 동산의 꽃들과 어울려
평화롭고 흡족하게 놀았으며,
하늘의 나긋한 바람결도
나의 친구로서 놀이를 즐겼습니다.

또한 초목들이 당신을 마주 향하여
그 부드러운 팔을 내밀 때
당신께서 그들의 마음을
흥겹게 하시듯

그처럼 당신께선 나의 마음을 즐겁게 하셨습니다
아버지 헬리오스여! 그리고 엔디미온처럼
나는 그대가 가장 아끼는 아이였습니다
거룩하신 루나 여신이여!

오 모두들 신실하시고
다정하신 신드리여
나의 영혼 어마나 당신들을 사랑했는지
모두들 알고 있으리이다!

그 시절에 나는 이름을 하나하나 들어가며
당신들을 부르진 않았습니다. 당신들도 나를 부르실 때
이름을 호명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서로의 모든 것을
잘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이름을 호명하듯이.

그럼에도 나는 지금껏 사람들을 알고 있었던 것보다
당신들을 더 잘 알고 있었습니다.
나는 천공의 고요함은 마음 깊이 헤아렸으되
사람들의 말은 결코 알아들은 적이 없습니다.

나를 길러준 것은
나지막이 속삭이는 동산의 멜로디였고
내가 사랑하는 법을 배운 곳은
꽃들과 함께 어울린 자리였습니다.

내가 견실하게 자라났던 곳은 신들의 품속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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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드리히 횔덜린(Johann Christian Friedrich Hölderlin, 1770년 3월 20일 ~ 1843년 7월 6일)은 독일의 시인이다.

넥카 강변의 라우펜에서 출생하였으며, 튀빙겐 대학에서 신학과 철학을 공부하였다.

재학 당시 철학자 헤겔 · 셸링 등과 사귀었다.

고대 그리스를 동경하여 낭만적 · 종교적인 이상주의를 노래한 그의 시는 오늘날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작품으로는 소설 《휘페리온》, 미완성 비극 《엠페도클레스》, 시 <하이델베르크>, <라인강>, <다도해>, <빵과 포도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