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그외 나라

팔레스타인:마흐무드 다르위시(Mahmoud Darwish)

높은바위 2023. 9. 18. 07:20

 

유랑이 없다면, 나는 누구인가?

 

강 언덕 위의 이방인,

강처럼 물은 너의 이름에 나를 묶는다.

그 무엇도 이 먼 곳으로부터 나를

오아시스로 돌려보내 주지 않는다. 평화도, 전쟁도

그 무엇도 내가 복음서로 들어가는 길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 무엇도, 그 무엇도 티그리스 강과 나일 강 사이의 썰물과 

밀물의 해안에서는 빛나지 않는다.

그 무엇도 파라오의 전차에서 나를 내려주지 않는다.

그 무엇도 나를 돌봐주거나, 혹은 내게 생각을 품게 해 주지 않는다. 

향수도, 전망도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유랑이 없다면, 그리고 강물을 응시하는 

긴 밤이 없다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강물은 나를 너의 이름에 묶는다.

그 무엇도 꿈의 나비들로부터 나를 빼내지 못한다.

그 무엇도 나에게 현실을 주지 못한다. 먼지도 불도

사마르칸트의 장미가 없다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가수들이 월장석에 의해 부드럽게 연마되는 이곳, 이 광장에서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는 가벼워졌다.

먼 바람 속 우리의 집들만큼이나.

우리, 당신과 나는 구름 속의 이상한 존재들과도 친구가 되었다.

우리 둘은 정체성의 땅이 주는 중력에서 해방되었다.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유랑이 없다면, 그리고 강물을 응시하는 긴 밤이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그 무엇도 우리를 돌봐주지 않는다. 길도, 집도

이 길은 처음부터 동일한 바로 그 길이었을까?

아니면 우리의 꿈들이 언덕에서 몽고말을 찾아

우리를 그것과 바꾸었던 걸까?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유랑이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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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흐무드 다르위시(Mahmoud Darwish, 1941년 3월 13일 ~ 2008년 8월 9일 향년 67세)는 팔레스타인의 시인이다.

다르위시는 1941년 팔레스타인의 한적한 갈릴리 호숫가의 작은 마을 아크레(Acre)에서 태어났다.

십 대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여 1960년 첫 시집 <날개 없는 새>를 펴낸 이후 <올리브 잎새들>, <팔레스타인에서 온 연인>, <낯선 여인의 침대> 등 30여 권의 시집과 산문집을 출간했다.

단순하면서도 일상적인 언어로 고향을 잃은 팔레스타인 민족의 아픔을 대변하는 시를 썼다.

일찌감치 사회에 눈을 뜬 시인은 1960년대 이스라엘 공산당에 가담했으며, 1971년 이스라엘 점령지가 된 고향을 떠나 튀니지, 카이로, 니코시아, 파리 등지를 떠돌며 창작 및 정치 활동을 했다.

오랫동안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에 가담해 활동하면서 잦은 감금과 투옥을 당했다.

1996년 팔레스타인으로 돌아왔으나 이스라엘 당국이 고향집으로 가는 것을 허락지 않아 현재까지 팔레스타인 자치 지구단 요르단 강 서안의 라말라에서 살고 있었다.

1969년 로터스상(Lotus Prize) 수상. 대표작으로 『올리브 나뭇잎』(1964) 『팔레스타인 연인』(1966) 『새들 갈릴리에서 죽다』(1970) 『별 열하나』(1992) 등이 있음.

로터스 상, 레닌 평화상, 래넌 재단이 수여하는 문화자유상과 프랑스 정부가 주는 예술문학 훈장을 받았다.

 

여느 아랍 남성과 마찬가지로 지독한 애연가였던 그는 오랫동안 심장질환에 시달려왔다.

 2008년 8월 9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한 병원에서 심장 수술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2004년 아라파트 초대 대통령 사망 이후 처음으로 국장에 준해 그의 장례식을 엄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