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중국

이백(李白)

높은바위 2015. 7. 11. 18:47

 

 

                        강상음(江上吟)  강에서 읊다

 

木蘭之枻沙棠舟(목란지예사당주)                      목란나무 삿대에1) 사당나무로 만든 배,

玉簫金管坐兩頭(옥소금관좌양두)                      옥퉁소와 금피리 부는 악공들 앞뒤 뱃머리에 둘러앉았고,

美酒尊中置千斛(미주준중치천곡)                      맛난 술 담은 술통2) 천 섬3)이요,

載妓隨波任去來(재기수파임거래)                      기생 싣고 물결 따라 흐르는 대로 맡겨 두네.

 

仙人有待乘黃鶴(선인유대승황학)                      신선이 황학을 타고 가는 경지요,4)

海客無心隨白鷗(해객무심수백구)                      바닷가 사람이 백구와 친하게 노는 그런 기분이로구나.5)

屈平詞賦懸日月(굴평사부현일월)                      굴원은6) 물에 빠져 죽었지만 그의 글들은 영원한데,

楚王臺榭空山邱(초왕대사공산구)                      호사스러웠던 초왕의 저궁은 산언덕에 폐허일세.

 

興酣落筆搖五岳(흥감낙필요오악)                      흥에 겨워 붓을 들면 오악을7) 뒤흔들고,

詩成笑傲凌滄洲(시성소오능창주)                      시 짓고 나면 창주8) 같은 것도 깔보아 비웃는다네.

功名富貴若長在(공명부귀약장재)                      부귀공명이 영원히 있을 것이라면,

漢水亦應西北流(한수역응서북류)                      동남으로 흐르는 한수9) 물도 응당 서북으로 흐르리라.

 

 

------------------------------------------------------------

1) 예(枻) : 상앗대. 삿대. 돛대.

 

2) 준(尊) : 술통. 술단지. = 樽(준).

 

3) 천곡(千斛) : 천 섬. 斛은 ‘열말들이’임.

 

4) 선인유대승황학(仙人有待乘黃鶴) : 호북성 무한(湖北省 武漢)의 황학루(黃鶴樓)에 얽힌 전설을 연상한 구절.

촉(蜀)의 비위(費褘)가 신선이 되어 황학을 타고 황학루에 와 쉬었다고도 하고, 선인 자안(仙人 子安)이 황학을 타고 황학루를 지났다고도 함.

 

5) 해객무심수백구(海客無心隨白鷗) : 갈매기와 친하게 노는 ‘압백구(狎白鷗)’의 경지를 읊은 구절.

옛날 어느 사람이 바닷가에서 갈매기들이 그를 피하지 않고 같이 노는데, 하루는 그 아버지가 갈매기 한 마리를 붙들어 오라고 하여, 이튿날 바닷가에 나가니 갈매기들이 멀리 피하고 가까이 오지 않더라 함.

이는 그 사람 마음속에 갈매기를 잡겠다는 기심(機心)이 있음을 갈매기들이 알았다는 것임.

 

6) 굴평(屈平, B.C343~277?) : 전국시대 말기 초(楚) 나라의 귀족이며 옛 중국 최대의 시인.

이름이 평(平)이고 자가 원(原)으로 소인들의 무고로 하여 두 번이나 추방되어 멱라수(汨羅水)에 몸 던져 죽었음.

 

7) 오악(五岳) : 중국의 다섯 큰 산. 곧 태산(泰山), 화산(華山), 형산(衡山), 항산(恒山), 숭산(嵩山).

 

8) 창주(滄洲) : 동쪽 바다 가운데 있는 신선이 사는 곳. 창랑주(滄浪洲).

 

9) 한수(漢水) : 섬서성 영강현(寧强縣)에서 발원하여 호북성을 흐르는 양자강의 지류.

 

 

 

* 이백(李白)은 절강에서 알게 되었던 도사(道士) 오균(吳筠)의 천거로 당 현종의 부름을 받아 장안으로 갈 수 있었다.

그가 장안으로 가기 위해 문을 나서며 기뻐한 나머지 앙천대소(仰天大笑)하였다고 한 것을 보면 당시 그의 심정을 살펴 볼 수 있다.

현종은 이백에게 한림학사의 벼슬을 주었지만 장안에 머무는 3년 동안 자유분방한 생활은 여전하였다.

이때에 태자의 빈객이었던 하지장(賀知章)은 이백의 시를 읽어 보고 "하늘에서 귀양 온 신선"이라고 찬탄하였다.

 

현종은 이백의 시재를 좋아하여 늘 그를 불러 시를 짓도록 하였으며, 이와 같은 처우에 이백은 불만이 커 날로 광기에 음주가 심하였다.

황제의 총신인 고력사(高力士)에게 신발을 벗기도록 하고, 양귀비에게 벼루를 받쳐 들게 하였다는 등의 일화도 남겼다.

이처럼 성정이 오만한 이백으로서는 권신들의 비방, 질시 등을 참을 수 없고, 높은 벼슬의 대우도 해 주지 않아 장안을 떠나기로 결심하게 된다.

위와 같은 이유 이외에도 유랑 길을 올라 강남, 강북을 두루 돌아다닌 것은 더 이상 탈속적인 자유분방한 생활을 장안에서는 즐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낙양에서 두보를 만난 이백은 고적(高適)과 함께 양(梁)에서 노닐기도 하였다.

 

두보(杜甫)는 「기이십이백이십운(寄李十二白二十韻)」에서 "옛 한 미친 손이 있었더니, 귀양 온 신선이라 했네. 붓을 놓으면 비바람이 놀래고, 시가 이루어지면 귀신이 운다.(昔年有狂客, 號爾謫仙人. 筆落驚風雨, 詩成位鬼神.)"라고 하였다.

그는 귀신을 울릴 천재적 시인을 만난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하여 "술 취해 춤추며 양원의 밤을 즐기고, 사수의 봄을 노래한다.(醉舞梁園夜, 行歌泗水春.)"고 하였다.

 

그리고 두보와 헤어진 이백은 다시 유랑 생활을 하였는데, "만리 주인이 없고, 한 몸 홀로 객이 되어(萬里無主人, 一身獨爲客)"라고 고적한 심경을 노래하였다.

또한 "어느 해에나 돌아갈 것인가? 비 오듯 눈물이 외로운 배에 떨어진다.(何年是歸日, 雨淚下孤舟.)"라고 향수를 달래었다.

이 무렵부터 더욱 정치에 대한 불만이 커 정치인들을 풍자한 시들을 쓰기도 하였다.

안록산의 난이 일어났을 때 55세(천보(天寶)14, 755)의 나이로 안부인 宗氏와 함께 피난, 여산(廬山)에 은거하여 많은 시작을 하였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부인의 만류를 듣지 않고 이린(李璘 = 영왕(永王))의 막료가 되었으나, 이린(李璘)의 난이 실패로 끝나자 투옥되었다가, 야랑(夜郞 = 현 귀주(貴州) 동재(桐梓))으로의 유배 도중에 사면되었는데, 그의 나이 59세였다.

몸 붙일 곳이 없었던 이백은 당도(當塗 = 현 안휘(安徽) 당도(當塗))의 이양빙(李陽冰)을 찾아가 얹혀살았다.

여전히 통음(痛飮)하는 날들을 보내다가 병을 얻어 사망하였는데 62세였다. 근처 채석기(采石磯)에서 물속에 뜬 달을 건지려다가 빠져 죽었다는 이야기는 뒤에 생겨난 전설이다.

이백의 일생은 참으로 평탄하지 않았다.

 

안록산(安祿山)은 서역인이었으나 현종의 총신으로 평로(平盧), 범양(范陽), 하동(河東)의 절도사로 황하 이북의 군권을 장악하였다.

안록산은 현종이 향락에 빠져 있는 사이 재상 양국충(楊國忠)을 징벌한다는 구실로 난을 일으켜 낙양을 점령, 스스로 '대연황제(大燕皇帝)'라고 일컬었다.

현종이 성도로 급히 도망하는 도중, 마외(馬嵬)역에 이르렀을 때 장수들 간의 분쟁이 발생, 양국충이 살해되고 양귀비는 목매어 자살하도록 하였다.

 

안록산은 장안을 점령하고, 현종은 성도에서 태자 이형(李亨)에게 양위하였으니, 그가 바로 숙종이다.

숙종은 곽자의(郭子儀), 이광필(李光弼)을 대장으로 기용, 반군을 공격하였다.

이때 반군의 내부분열로 안록산은 아들 안경서(安慶緖)에게 피살되고, 부장 사사명(史思明)은 당에 투항, 안경서를 살해함으로써 당군은 장안, 낙양을 수복하였다.

뒤에 사사명은 다시 반군을 이끌고 낙양을 점령하였으나 역시 아들 사조의(史朝義)에게 피살됨으로써 당은 낙양을 수복하였고, 사조의가 자살함으로써 전쟁은 끝났다.

이 난은 8년간 지속되었고 '안록산의 난'이라고 한다.

 

이백은 세속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여 유선(游仙)의 생활을 하였다.

그의 구선(求仙)의 마음은 진실하였으나, 도교를 믿지 않았고 도경을 학습하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한 유랑자로서 과거나 미래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고, 오로지 현재의 인생의 쾌락을 추구하였기 때문이다.

 

<강상음(江上吟)=강에서 읊다>은 한수 강물에 호화선(豪華船)을 띄우고 선유(船遊)를 즐기며 지은 작품이다.

호화선에는 악공과 기생들을 태웠고 술통은 천 섬어치나 되게 많이 실었다.

술을 가득 실었으니 유람선은 파도가 미는 대로 맡겨둘 수밖에 없다.

이런 놀이는 신선이 누런 학을 타고 하늘을 날았다는 전설과 같고 갈매기와 기심이 없이 놀았다는 어느 어부의 이야기같이 갈매기와 친밀해진다.

인생의 일이란 종잡을 수 없는 것.

보라, 물에 빠져 죽은 굴원의 시 작품은 영원히 빛나지만, 천년토록 번창할 듯하던 초 나라의 저궁은 빈 언덕만 남아 허물어지고 말았잖은가.

즐거운 놀이 속에서 흥에 겨워 태산도 흔들 글씨로 시를 지으니 신선이 산다는 창주도 하찮게 느껴질 만큼 마음 도도해진다.

부귀공명이란 것은 한수 물이 늘 동남으로 흐르듯 영원한 게 아니니, 탐할 것은 아니리라.

 

7언배율(7言排律) 6연. 압운은 舟, 頭, 來, 鷗, 邱, 洲, 流 자로 來만 평성 ‘회(灰)’ 평운이고 나머지는 모두 평성 ‘우(尤)’ 평운인데, 두 운은 통운(通韻)이 되지 않는다.

평측은 차례로 ‘仄平平仄平平平, 仄平平仄仄仄平, 仄仄平平仄平仄, 仄仄平平仄仄平, 平平仄仄平平仄, 仄仄平平平仄平, 仄平平仄平仄仄, 仄平平仄平平平, 平平仄仄平仄仄, 平平仄仄平平平, 平平仄仄仄平仄, 仄仄仄平平仄平’으로 이사부동이륙대(二四不同二六對)에 어긋나는 구는 둘째, 셋째, 일곱째, 아홉째의 네 구이고, 반법(反法)과 점법(粘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제3~4구, 5~6구, 7~8구, 9~10구는 각각 대구(對句)가 되어 배율시로 본 것이다.

                                                                                            (한시작가작품사전, 국학자료원 참조)

 

Nick Seliverstov - Cosmic du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