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중국

이백(李白)

높은바위 2015. 6. 23. 10:36

 

 

          파주문월(把酒問月)  술잔 잡고 달에 묻다

 

靑天有月來幾時(청천유월내기시)                      하늘에 달 있은지 그 언제부터던가,

我今停杯一問之(아금정배일문지)                      나 이제 술잔 멈추고 달에게 묻노라.

人攀明月不可得(인반명월불가득)                      사람은 저 달 그러잡을 수 없지만,

月行却與人相隨(월행각여인상수)                      달은 도리어 사람을 따르는구나.

 

皎如飛鏡臨丹闕(교여비경임단궐)                      환하게 밝기는 나는 거울이 단궐에 임한 듯,

綠煙滅盡淸輝發(녹연멸진청휘발)                      푸른 운애 걷히니 밝은 빛 뿜어내네.

但見宵從海上來(단견소종해상래)                      다만 저녁에 바다 위로 솟아남만 보았는데,

寧知曉向雲間沒(영지효향운간몰)                      새벽에 구름 사이로 잠기는 걸 어찌 알았으리.

 

白兎擣藥秋復春(백토도약추부춘)                      흰 토끼는1) 사철 약 방아 찧고,

姮娥孤棲與誰隣(항아고서여수린)                      항아 선녀는2) 외로이 살며 뉘와 이웃 하는가.

今人不見古時月(금인불견고시월)                      지금 사람들 옛날의 달 못 보았지만,

今月曾經照古人(금월증경조고인)                      지금 저 달은 일찍이 옛 사람들을 비췄겠고,

 

古人今人若流水(고인금인약유수)                      옛 사람 지금 사람 흐르는 물 같지만,

共看明月皆如此(공간명월개여차)                      밝은 달 보며 느끼기는 이와 다름없으리.

唯願當歌對酒時(유원당가대주시)                      원컨대, 노래하고 술 마시며 놀 때,3)

月光長照金樽裏(월광장조금준리)                      달빛이여, 술항아리 속까지 오래 비추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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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백토도약(白兎擣藥) : 흰 토끼가 약 방아를 찧음.

                                   달 속에 토끼가 살며 불로장생(不老長生)의 약을

                                   절구나 방아에 넣어 찧고 있다는 전설이 있음.

 

2) 항아(姮娥) : 달에 산다는 선녀. 항아(嫦娥). 월자(月姉).

                      본디 하(夏) 나라의 명궁인 예(羿)의 아내로 예가 서왕모(西王母)에게 청해 얻은 불사약을

                      훔쳐 먹고 달로 도망갔다고 함.〈회남자 남명훈(淮南子 覽冥訓)〉〈장형 영헌(張衡 靈憲)〉

 

3) 당가대주(當歌對酒) : ‘술을 마시며 노래함’의 뜻인 대주당가(對酒當歌)를 거꾸로 쓴 말임.

                                   對酒當歌 人生幾何(대주당가 인생기하) 술 마시며 노래하니 인생이 어떠한고

                                  〈조조 단가행(曹操 短歌行)〉

 

 

 

* '술잔을 잡고 달을 쳐다보며 달에 묻는다'는 제목의 시로, “李白一斗詩百篇(이백일두시백편-이태백은 술 한 말 마시며 시 백 편을 짓는다)”〈두보 음중팔선가(杜甫 飮中八仙歌)〉라 할 만큼 술과 달과 시를 좋아한 그의 시풍(詩風)을 보이는 작품인데, 달의 영원성에 비겨 인생의 무상을 슬퍼함이 은연중에 비쳐 있다.

 

8연 16구의 긴 작품이지만 ‘고문진보(古文眞寶)’에는 ‘7언고풍 단편(7言古風 短篇)’으로 분류했다.

그리고 2연마다 운(韻)을 바꾸었으니 이를 4구1전(四句一轉) 또는 축해전운(逐解轉韻)이라 한다.

첫 4구는 ‘하늘의 달은 예부터 있어 사람이 달에 오를 수는 없으나 달은 영원히 사람을 따르는 정다운 벗 같다.’ 했고, 둘째 번 4구는 ‘밝은 보름달이 신선이 사는 곳에 든 듯하고 운애 걷히니 더욱 밝아지는데, 바다 위에서 떠서 밤새도록 서쪽을 걸어 새벽에는 구름 속으로 진다.’고 읊었다.

셋째 번 4구에서는 달 속에는 토끼가 약방아를 찧고 항아 신선은 외로이 살며 누구와 벗할꼬 걱정하고, 지금 사람들은 옛날의 달을 못 보았지만 저 달은 옛 사람들 모두를 비추었을 것이니 인생은 잠깐인데 달은 영원함을 강조했다.

마지막 4구는 옛 사람이나 지금의 나를 비롯한 여러분은 흘러가는 물과 같아 한 번 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지만 저 달을 보며 느끼기는 고금의 사람들 모두 달의 영원함일 것이라, 바라는 바는 오직 우리가 술 마시며 노래하고 즐길 때, 달은 지지 말고 술단지 속에 술이 비었는가 어떤가를 알게 해 주듯 우리와 늘 함께 해 달라 했다.

 

7言古詩(7언고시) 8연 16구. 압운은 4구마다 달리했으니, 첫 4구는 時, 之, 隨 자로 평성 ‘지(支)’ 평운이고, 두 번째 4구는 闕, 發, 沒 자로 입성 ‘월(月)’ 측운이다.

세 번째 4구는 春, 隣, 人 자로 평성 ‘진(眞)’ 평운이며, 마지막 4구는 水, 此, 裏 자로 상성 ‘지(紙)’ 측운이다.

평측은 차례로 ‘平平仄仄平仄平, 仄平平平仄仄平, 平平平仄仄仄仄, 仄平仄仄平平平 ; 仄平平仄平平仄, 仄平仄仄平平仄, 仄仄平平仄仄平, 平平仄仄平平仄 ; 仄仄仄仄平仄平, 平平平平仄平平, 平平仄仄仄平仄, 平仄平平仄仄平 ; 仄平平平仄平仄, 仄平平仄平平仄, 平仄平平仄仄平, 仄平平仄平平仄’으로 二四不同二六對(이사부동이륙대)에 맞지 않는 구는 제1, 2, 3, 9, 10, 13구의 여섯이다. 따라서 반법과 점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시작가작품사전, 2007. 11. 15. 국학자료원 참조)

드뷔시의 달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