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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喪)

높은바위 2024. 11. 21. 07:21

흐르는 곡은,

 

Nicolas De Angelis - Quelques Notes Pour Anna(슬픈 안나를 위하여 눈물로 적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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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高巖

 

바람 불고 잎 떨던 밤

한 평도 적시지 못할 맑은 피를 다 뿌리고

찬 길에 누웠었구려

 

수첩하나 볼펜하나 삼만 구천 이십 원

현장엔 억새꽃 한 줌 쥐고 있었다고

 

쭈그리고 걸터앉았던 이승

팔색조추억만 가지고 갈 거라던

 

머물 수밖에 없었던 밤들

파닥이던 숱한 나날들

하늘을 당겨 가슴을 채울 수 없었고

그나마 짊어진 하늘마저 내놓고

이제 달빛 안고 쉬리니

 

애무도 입맞춤도 목마름도 허물이었다.

세상만 남은 서러움을 어이하리

가자

가자

한 송이 연꽃 위해

삭힌 나를 흩날려 보내오니

외로운 얼굴들 찾아가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