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곡은,
Nicolas De Angelis - Quelques Notes Pour Anna(슬픈 안나를 위하여 눈물로 적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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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喪)
高巖
바람 불고 잎 떨던 밤
한 평도 적시지 못할 맑은 피를 다 뿌리고
찬 길에 누웠었구려
수첩하나 볼펜하나 삼만 구천 이십 원
현장엔 억새꽃 한 줌 쥐고 있었다고
쭈그리고 걸터앉았던 이승
팔색조추억만 가지고 갈 거라던
머물 수밖에 없었던 밤들
파닥이던 숱한 나날들
하늘을 당겨 가슴을 채울 수 없었고
그나마 짊어진 하늘마저 내놓고
이제 달빛 안고 쉬리니
애무도 입맞춤도 목마름도 허물이었다.
세상만 남은 서러움을 어이하리
가자
가자
한 송이 연꽃 위해
삭힌 나를 흩날려 보내오니
외로운 얼굴들 찾아가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