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산성비'는 '시큼비'

높은바위 2022. 10. 30. 16:22

 

"둘이 걸었네 명동거리를 우산 없이 둘이 걸었네..."

 

네, 분위기 있는 이 노래 들으면서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 하는 분들 계시죠.

비를 맞으며 우수 어린 표정으로 길을 걷고 있는 남자를 보고 사랑에 빠졌었다는 옆집 아주머님의 얘기도 들어 봤고요.

혹시 누군가 다가와서 우산을 받쳐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빗속에서도 우아하게 걷고 있는 여인의 모습도 상상해 보는데요.

 

하지만 현실은 너무나 달라졌습니다.

요즘 내리는 비는 그저 예사 비가 아니기 때문이죠.

식초 비슷한 '산성' 성분이 들어 있어서 산과 들의 초목을 시들게 할 뿐만 아니라 단단하게 지은 건물까지도 상하게 하는데요.

 

'산성비'를 맞으면 머리카락이 빠진다는 말을 듣고는 한 방울의 비도 맞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분들도 많죠.

'산성비' 하니까 마치 '산성'이 우리 몸에 해로운 것인 양 착각하거나 최소한 거부감을 갖게 되는데요.

'산성'이나 '알칼리성'이나 사람들에게 무조건 좋거나 나쁜 것은 아니죠.

우리 몸의 생리적인 균형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느냐 아니면 방해가 되느냐 하는 점에 달렸을 뿐인데요.

 

차라리 우리가 분명히 조심하고 피해야 할 '산성비'의 이름을 약간 꺼림칙한 것으로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요.

'산성비'에는 정말 신맛이 약간 있는데요.

우리말에서 가벼운 신맛을 나타내는 말은 보통 '시큼하다''새큼하다'라고 합니다.

그런데 '새큼하다'는 말이 신맛 가운데 좋은 느낌을 강하게 주는 반면에 '시큼하다'는 말은 약간 상한 음식 맛을 나타냅니다.

어렸을 때 식초를 먹으면 뼈가 녹는다는 말을 들어 봤는데요.

그래선지 '시큼시큼하다'는 비를 맞으면 정말 몸이 이상해질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우리가 조심하고 피해야 할 '산성비' 우리말인 '시큼비'라고 해서 더욱 경각심을 주는 것도 좋겠죠.

 

이제 건강을 위해 '시큼비'는 맞지 말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