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고지(白馬高地)
철원 서북방 2킬로 지점에 있는
이름 없는 산
여기를 백마고지라 한다.
나무가 부러지고 뿌리가 뽑히고
돌과 바위가 포탄에 부서져
흙먼지로 쌓인
여기가 죽음의 격전장, 백마고지다.
잃은 산하를 찾기 위해
폭음과 포연을 헤치고 뛰어든 불길 속,
불길 속으로 뛰어든
병사들의 종말은 죽음이었을 뿐,
차라리 총받이였다.
꼬박 아흐레 전투에서
고지의 주인은 스무 번도 더 바뀌면서
적(敵)은
만 명이 넘는 병력을 잃었고
우리는
삼천 오백의 꽃다운 젊음을 잃었다.
아, 무슨 죄로
이 시대에 태어나
죽음을 기다리는 나날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