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이야기

미련한 지혜

높은바위 2024. 8. 16. 08:33

 

거지에게 보리쌀 한 줌 집어 준 것까지 헤아리고 있는 며느리는 박복하다는 말이 있다.

가계에 치밀하고 타산성이 유난히 뛰어난 똑똑한 주부가 불행해지는 율이 높고, 또 그런 성향의 사람일수록 "우정지수(友情指數)"가 낮아 소외감(疎外感)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

 

게으름의 묘미를 설파한 헉슬리(Thomas Henry Huxley, 182554~ 1895629)는 역시 미련한 지혜를 가르치고 있다.

특히 신(新) 프로이트 학파에서는 날카로워지는 현대인의 정신생리를 위해 미련해질 수 있는 가치를 두고 연구들을 해놓고 있다.

 

필자가 국내 외국인들과 얘기할 때가 있었다.

그 외국인은 자신이 자기 나라에서 있을 때, 중국인과 일본인, 한국인을 잘 구별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시일이 지나면서 한국인은 특별난 행동이 있어 잘 알아본다고 했다.

그것은 한국인과 몇 분 간만 대화하다 보면 알 수 있단다.

바로 동공의 움직임이 한국인들은 1분 간에도 여러 번을 움직여서 안다고 했다.

 

말이나 표정은 상대방을 속일 수 있지만, 동공의 크기는 의식적으로 어떻게 조절되는 것이 아니기에, 상대방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한다.

쉴 새 없이 재빠르게 움직이는 한국인의 동공, 의심과 궁금함의 척도로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 한국인의 동공이다.

싫어하는 사람을 볼 때는 동공이 수축되고, 반대로 좋아하는 사람을 볼 때는 동공이 확장된다고 한다.

뇌도 그 부분을 인식하는지 상대방의 동공이 확장되면 확장될수록 더 호감을 갖는다고 한다.

반대로 동공이 수축되면 수축될수록 비호감으로 느낀다고 한다.

그것 때문에 상대방의 수축된 동공을 보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에게 적대감을 느낀다고 한다.

 

한국에 있어 역사적으로 자주 형성되었던 전후(戰後) 기질(氣質)은 영리하다는  선의의 기질 범주를 약삭빠르다는 범주로 전락시켜 하나의 한국적 사고방식으로 민족성을 만들어 놓았다.

6.25 한국전쟁을 겪었던 한국인은 이 같은 약삭빠름― 다분히 계산성이 짙고, 통빡을 잘 굴리고, 실(失)과 득()의 이해여부, 자칫 남을 누르는 사기 성향으로 접어드는 이 약삭빠른 기질은 하나의 생존수단(生存手段)이었다.

이것이 체질화되어 버린 것이다.

외국에 가서 어글리 코리언이란 말을 듣는 것도 체질화된 약삭빠름 때문이다.

 

적당히 미련하다는 영험을 베푸는 것은 한국의 병적인 체질에 또 잃었던 한국적인 것의 재발견에, 또 도시의 정신병폐(精神病弊)를 위해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