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코리
언제나 리처드 코리가 시내에 나갈 때면
보도 위의 우리 서민들은 잠자코 그를 지켜 보았다.
그는 발 끝에서 머리 끝까지 신사였고
말쑥한 용모에다 또한 보기 좋게 말랐다.
그는 언제나 점잖은 옷차림을 하고
이야기를 할 때면 언제나 인간미가 넘쳤다.
그러나 그가 걸어갈 때는 얼굴이 달아 올랐고
“안녕하세요” 할 때는 가슴이 떨렸다.
무엇보다 그는 부자—왕보다 부자였다.
그리고 온갖 우아함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어느 모로 보나 우리로 하여금
그의 입장을 부러워하게 하는 사람이었다.
때문에 우리는 일하며 그처럼 되기를 기다렸고
절약하여 고기도 먹지 않고 빵도 주저했다.
그런데 어느 고요한 여름날 밤 리처드 코리는
집에 돌아가서 제 손으로 머리에 총을 쏘아 죽었다.
* 에드윈 앨링턴 로빈슨(Edwin Arlington Robinson : 1869-1935)은 자기 고향인 뉴잉글랜드 메인주에 있는 시골 마을을 무대로 하여 가공 인물들의 이야기를 썼다.
로빈슨의 시의 특징은 이른바 낭만과 스타일의 감정을 억제하고, 이 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제3자의 눈을 통해서 본 객관적인 에피소드로서의 인물을 이야기하는데 있다.
그런 의미에서 로빈슨은 미국 현대시의 선구자이다.
그의 시집 <밤의 자식들(The Children of the Night)>(1897)은 상실된 현대인의 초상을 그리고 있는데, 이 면에서도 현대시의 효시를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