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함께 살아서는 안 됩니다
당신과 함께 살아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반드시 인생이란 것이겠지요
그렇지만 인생은 저쪽
선반 뒤에 있습니다.
무덤지기가 열쇠를 가지고
돌보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인생을
마치 자기의 도자기처럼
낡아버리고 말거나 깨지거나 하여
주부가 버린 주전자처럼
그에게는 좀더 새로운 고급 도자기가 어울려서
낡은 도자기는 깨지고 말 뿐입니다.
당신과 함께 죽을 수는 없었습니다.
상대편의 눈을 감게 하기 위하여
한쪽 편이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되기에
그런 일은 당신에게 무리입니다.
하지만 나로서야 어찌 당신이
싸늘하게 되는 것을 곁에서 보고 있을 수 있겠습니까.
죽음의 특권이
그 서릿발의 권리가 내게 없기에
당신과 함께 다시 살 수도 없었습니다.
당신의 얼굴이
예수님의 얼굴을 가리우고 말기에
이윽고 그 새로운 은혜도
나의 옛 그리운 눈에는
한갓 서먹서먹한 것이 되어 버립니다.
그분이 아니라 당신 자신이
내 곁에서 비쳐 줄 따름입니다.
세상에서는 두 사람을 어떻게 볼까요.
당신은 천국을 위해 봉사한 분이라고
모름지기 그렇게 원해 오셨음을 알지만
나로서는 할 수 없었습니다
당신이 내 시야를 모두 가리고 말아
나로서는 천국과 같은
더럽혀진 영광을
더 이상 바라볼 눈이 없기에
만일 당신이 구원받지 못한다면 나와 마찬가지
아무리 내 이름이
천국의 명성에
드높이 울려 퍼진다 하더라도
만일 당신이 구원을 받고
당신이 안 계신 곳에
나만 놓여 있다면
그런 신세야말로 지옥이나 마찬가지
그러니 서로 헤어져 있읍시다.
당신은 거기에 나는 여기에
그저 문만을 열어 놓은 채
여러 바다를 사이에 두고 기도만 드릴 뿐
거기에 절망이라고 하는
그 하얀 생의 양식만으로
* 남북전쟁이 치열하던 때 뉴잉글랜드의 작은 마을에서 조용히 시를 쓰고 있던 여류시인이 있었으니 바로 에밀리 디킨슨(Emily Elizabeth Dickinson : 1830-1886)이다.
아마스트 마을에 살면서 그 근처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의 디킨슨은 명랑하고 재치 넘치는 학생이었다고 친구는 말하고 있다.
그런데 그녀는 ‘순박하고 엄격한’ 부친의 감독 밑에 부자유한 생활을 보냈다.
당시 그녀의 집에서 변호사 실습을 하던 청년 벤자민 뉴턴(1821-1852)은 그녀에게 몰래 에머슨 시집을 건네주기도 하고, 그녀의 시를 읽어주던 “단 한 명의 독자”였다.
그러나 이윽고 고향에 돌아가 폐병으로 요절하고 말았다.
또한 레오나드 험프리도 디킨슨이 존경하던 아마스트의 친구였고 시를 사랑하던 사람이었으나 일찍 죽었고, 디킨슨이 진심으로 사랑했던 찰즈 와즈워드(Wasworth, 1814-1882) 목사와는 생이별하게 된다.
그때 디킨슨은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공포”라고 그와의 슬픔을 아쉬워 한다.
이 무렵 그녀는 비평가 히긴스에게 시를 보내며 “내 시가 살아 있는지 가르쳐 달라”고 하며, 마치 수녀처럼 지내다가 오티스(Otis Lord : 1812-1884)와 친구로 지내다가 죽는다.
이 시에 노래되고 있는 내용이 묘하게 비뚤어진 것은 그녀의 이런 삶이 원인일 것이다.
솔직하게 두 사람의 사랑의 찬가를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그 좌절의 심리를 미묘하게 고백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