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중국

두보(杜甫)

높은바위 2015. 7. 12. 19:19

 

 

                       병거행(兵車行)  병거의 노래

 

車轔轔(차린린)                                           수레소리 덜거덕,

馬蕭蕭(마소소)                                           말 울음이 시끄러운데,

行人弓箭各在腰(행인궁전각재요)                 출정하는 병사들 활과 화살을 허리에 차고,

耶娘妻子走相送(야랑처자주상송)                 부모처자 총총걸음 뒤쫓으며 전송하네.

塵埃不見咸陽橋(진애불견함양교)                 먼지 날아 함양교1) 뒤덮었고,

牽衣頓足欄道哭(견의돈족난도곡)                 옷잡고 발을 굴러2) 길을 막고 통곡하니,

哭聲直上干雲霄(곡성직상간운소)                 울음소리 하늘 구름 뚫을 듯 하네.

道傍過者問行人(도방과자문행인)                 길을 가던 내가 병사에게 물으니,

行人但云點行頻(행인단운점행빈)                 병사는 징발 잦다며3) 말하기를,

或從十五北方河(혹종십오북방하)                 어떤 이는 열다섯에4) 북쪽 황하 수비에 나가,

便至四十西營田(편지사십서영전)                 마흔 살 오늘까지 서쪽 둔전 병영에5) 있오.

去時里正與裹頭(거시리정여과두)                 떠날 때 촌장께서6) 두건 싸주셨거늘,

歸來頭白還戍邊(귀래두백환수변)                 돌아와 백발에도 여전히 변방 지키지요.

邊庭流血成海水(변정유혈성해수)                 변경에 흘린 피 바다 같으니,7)

武皇開邊意未已(무황개변의미이)                 무황의8) 정벌의욕 가시지 않네.

 

君不見(군불견)                                           그대여 못 보았는가.

漢家山東二百州(한가산동이백주)                 이 나라의 산동땅 2백주에,

千村萬落生荊杞(천촌만락생형기)                 모든 촌락 가시덤불 잡초에 덥혀,

終有健婦把鋤犁(종유건부파서려)                 설혹 젊은 아낙 호미 쟁기 잡았어도,

禾生隴畝無東西(화생농무무동서)                 곡식 마구 키우니 농사엉망 되었네.

況不秦兵耐苦戰(황불진병내고전)                 더구나 관서병사들은 싸움에 익숙타하여,

被驅不異犬與鷄(피구불이견여계)                 개나 닭과 다름없이 마구 몰아부치네.

長者雖有問(장자수유문)                              그대 설혹 묻는다해도,

役夫散申恨(역부산신한)                              나의 원한 풀을 길 없오.

且如今年冬(차여금년동)                              또한 금년 겨울에도,

未休關西卒(미츄관서졸)                              관서 땅의 징발이 계속되었다오.

縣官急索租(현관급색조)                              관리는 세금내라 성화이지만,

租稅從何出(조세종하출)                              어디서 세금 낼돈 만들어 내리.

信知生男惡(신지생남오)                              아들 낳기를 싫어하고,

反是生女好(반시생녀호)                              딸 낳기를 좋아함을 참으로 알겠거니,

生女猶得嫁比隣(생녀유득가비린)                 딸은 그래도 시집가서 인척 이웃 많아지는데,

生男埋沒隨百草(생남매몰수백초)                 아들은 온갖 잡초 속에 묻히고 마는 것을.

君不見靑海頭(군불견청해두)                       그대 못 보았오? 청해 벌판에,9)

古來白骨無人收(고래백골무인수)                 옛부터 백골 거두는 이 없어,

新鬼煩寃舊鬼哭(신귀번원구귀곡)                 새 귀신 원통해 몸부림 치고 옛 귀신 울어,

天陰雨濕聲啾啾(천음우습성추추)                 비오는 날 훌쩍훌쩍10) 우는 소리 들린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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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함양교(咸陽橋) : 장안의 위수다리.

 

2) 견의돈족(牽衣頓足) : 옷을 당기고 발을 구름.

 

3) 빈(頻) : 빈번.

 

4) 종십오(從十五) : 열다섯 살부터(丁은 21세).

 

5) 서영전(西營田) : 서쪽 변경의 둔전(농사지으며 수비하는 병영).

 

6) 리정(里正) : 촌장(100호 기준).

 

7) 바닷물을 이루다(749년 당군이 토번 정벌에 수만 명. 그 다음 다음해 남조(南詔) 정벌시 6만을 전사시킴).

 

8) 무황(武皇) : 한 무제의 무력정벌을 본따는 당 현종을 간접비유.

(漢家=한이라 표현하여 당시의 현실을 풍자함)

 

9) 청해두(靑海頭) : 토번정벌 전쟁터.

 

10) 추추(啾啾) : 흐느껴 우는 소리.

 

 

 

* 두보(杜甫 : 712-770)는 중국 최고 시인의 한 사람이다.

그의 친구 이백(李白)과 함께 이두(李杜)로 병칭되고 있다.

인생에의 성실이야말로 두보의 문학을 그 근원에서 성립시키는 원동력인 것이었다.

중국문학의 전통인 “인간은 인간세계에 있는 한, 인간에 대해 성실하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휴머니즘의 정신은, 이 시인 안에서 다른 어떠한 시인에서보다도 더욱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환언하면 공자(孔子)로부터 시작되는 중국 휴머니즘의 전통은 이 시인의 문학에 있어 가장 아름다운 결정을 얻었다고 말할 수 있다.

두보가 후세 사람들로부터 시성(詩聖)의 이름을 얻은 것은, 단지 그 표현 기교의 완벽함에서만 나온 것은 아니다.

 

두보는 낙양(洛陽) 부근의 공(鞏)이란 마을에서 태어났다.

20세에 집을 떠나 십여년간 남쪽으로 양자강(揚子江) 하류지방과 북쪽으로 황하유역까지 방랑생활을 보냈다.

그 동안에 과거(科擧)를 쳤으나 낙방하였다.

이 동안 그는 이백(李白)·고적(高適) 등과 친교를 맺었으며 서로 시를 교환했다.

두보는 30세가 넘어 오랫동안의 방랑생활을 청산, 수도 장안(長安, 지금 서안西安)에 정착했다.

이후 빈곤 속에서 우울한 나날을 보내며 관리가 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을 기울였다.

이 기간에 그의 시는 특색을 갖추기 시작했다.

 

<병거행(兵車行)>은 전쟁으로 인한 처참함을 출정하는 병졸이 말하는 듯 읊은 작품이다.

당 나라 현종 천보(玄宗 天寶) 10년(751), 위정자들은 임금의 환심을 사려고 변방 개척을 서둘러, 선우중통(鮮于仲通)은 운남(雲南)을 정벌하다가 패하여 6만의 병사들을 잃었고, 이임보(李林甫)의 사주를 받은 안록산(安祿山)은 글안(契丹)을 치느라고 많은 희생자를 내어, 양국충(楊國忠)은 이 손실을 보충하려고 어사(御史)를 각 지방으로 보내어 청장년들을 마구 잡아들여 싸움터로 보냈다 한다.

자치통감에 보면 각지의 사람을 마구 잡아 족쇄를 채우고 운남에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이러한 현실을 본 두보는, 전장에 끌려가는 한 병사의 입을 빌어, 침략의 방어에 중점을 두지 않는 무모한 무력 팽창정책을 경계하고, 무고한 백성들의 끝없는 희생을 동정했다.

당시로는 위험한 내용을 과감히 비평하고 있음을 보면서, 그의 인본주의 사상과 지식인의 용기를 엿볼 수 있다.

이 작품은 두보의 대표적인 명시의 하나로 전해오고 있다.

 

“함양(咸陽)의 다리 앞에 군에 징집된 아들이나 남편의 옷을 잡고 통곡하는 가족을 보라.

열다섯 살에 황하의 전방을 방위하고 마흔 살에 군대의 농사를 짓다가 백발 되어 돌아오면 또다시 국경 수비라.

이러니 온 마을이 황폐하여 논밭은 잡초가 우거졌고 여인네들이 쟁기질을 해 보나 이랑이 삐뚤빼뚤하니 농사가 될 리가 없다.

거기다가 개나 닭 같은 가축은 모두 벼슬아치들이 몰아가고 세금 독촉에는 견딜 길이 없다.

그리하여 모두들 아들 낳기를 꺼리고 딸 낳기를 좋아하니, 아들은 군에 가 죽어 잡초와 함께 묻혀 버리지만 딸은 시집을 가 이웃이 생기기도 하고 잘 하면 양귀비(楊貴妃) 같은 영화를 누릴 수도 있지 않겠는가.

청해(靑海) 땅의 호숫가에는 백골이 쌓여, 흐리거나 비 오는 날에는 그 귀신들이 울부짖는 곡성이 처량하다네.”라고 했다.

특히 마지막 귀신들이 울부짖는다는 구절 ‘新鬼煩怨舊鬼哭 天陰雨濕聲啾啾(신귀번원구귀곡 천음우습성추추, 새 귀신은 원통해 하고 오래된 귀신은 울부짖으니, 날씨 음침하고 비나 오면 그 소리 웅얼웅얼 처량하다네.)’를 학질(瘧疾)에 걸린 사람의 등에 써 붙이면 그 학질이 떨어진다고까지 했다는 것이다.

 

악부체(樂府體)로 7언이 중심인 고시이다.

5언, 6언, 7언, 10언의 여러 시형이 쓰이었다.

압운은 好, 草 자로 上聲(상성) ‘호(皓)’ 측운이다.

평측은 따져볼 필요가 없지만 참고로 보이면, 차례로 ‘仄平平平仄, 仄仄平仄仄, 平仄平仄仄仄平, 平平平仄平仄仄’으로 이루어졌다.

                                                                           (한시작가작품사전, 국학자료원 참조)

항아(이산 OST) - 오나라 어린이 합창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