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가 외국 사람인데 매번 올 때마다 영어로 ‘샬라샬라’ 하니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학생이 괴발개발 그린 글씨는 도무지 뭐라고 썼는지 알 수가 없었다."
'도무지'는 '아무리 하여도', '이러하고 저러하고 할 것 없이'란 뜻을 가진 부사어이다.
구한말에 일제에 의해 강제로 을사보호 조약이 체결되고 나라를 빼앗기게 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황현의 『매천야록(梅泉野錄)』에 보면 엄격한 가정의 윤리 도덕을 어그러 뜨렸을 때 아비가 눈물을 머금고, 그 자식에게 비밀리에 내렸던 '도모지(塗貌紙)'라는 사형(私刑)이 있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뜻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된다.
얼굴에 종이를 바른다는 뜻이다.
자식을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 놓고, 물을 묻힌 조선종이, 즉 창호지를 얼굴에 몇 겁이고 착착 발라 놓으면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고, 말도 못 하는 상태에서 종이가 물기가 말라감에 따라 서서히 숨조차 쉬지 못하게 되어 죽게 하는 끔찍한 형벌이었다.
'도무지'는 이런 끔찍한 형벌에서 비롯하여, 전혀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는 의미로 '도모지 → 도무지'라는 말을 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