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이야기

노년(老年)의 삶

높은바위 2024. 6. 9. 08:52

 

인생은 나이가 들수록 음미(吟味)가 된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하는 일에 대해 생각을 한다.

고난 속의 힘든 일도 있고, 단조롭고 평탄한 삶도 있었으리라.

 

늙어서 경계해야 할 일이 심리학적으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너무 과거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옛날의 영화롭던 시절에 미련을 갖거나, 혹은 친구의 죽음을 지나치게 슬퍼하거나 하여 추억 속에 사는 것은 좋지 못하다.

사람은 생각을 장래에 돌리고 무엇이고 해야 할 궁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이든지 옛날 것이 나은 것같이 느껴지며 자기의 감정은 지금부터 훨씬 날카로울 것같이 생각되기 쉽다.

만일 그렇다면 애써 잊어버리도록 할 일이며, 또 잊어버리고 나면 그렇게 안타깝지도 않게 된다.

 

또 하나, 피해야 할 일은 젊은이에게 매달려 기운을 내어 보려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성장하면 자신의 생활을 영위하여야 하며, 때문에 유난히 무감각한 자가 아닌 한, 당신을 귀찮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관심을 갖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그 관심은 지적 혹은 박애적이어야 하며, 너무 감정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동물은 어린것이 스스로 행동할 수 있게 되면 그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으나, 인간은 이것이 잘 안 된다.

대인관계에 흥미를 갖지 않는 적당한 활동가는 노년을 잘 보내기가 쉽다고 생각한다.

오랜 경험이 유용하게 되는 것은 대인 관계 이외의 일이며, 그런 경험에서 얻은 지식은 남에게 압력을 주지 않고 잘 활용할 수 있다.

 

어떤 노인은 죽음에 대한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젊은이도 그렇게 느껴야 할 이유는 있다.

즉 젊은이가 전쟁에서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그들에게 약속된 인생의 모든 보람을 사취(詐取) 당한다 하여 통탄하는 것으로 여기에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인생의 쓴맛, 단맛을 모조리 보고, 힘에 닿는 모든 것을 이룬 노인에겐 죽음에 대한 공포란 천하고도 쑥스러운 노릇이다.

이것을 극복하려면 점차로 다른 것에 관심을 넓혀서 한 걸음 한 걸음 자아의 장벽을 철거함으로써,

자기 생명을 보편적 생명 속에 포함시키는 데 있다.

실개천이 좁은 사이를 흘러서, 바위에 부딪치고, 폭포가 되어 떨어지고, 큰 강을 이루고, 폭넓게 완만히 흘러, 바다로 흘러 들어가 아무런 괴로움도 느끼지 않고 그 개체적 존재를 잃고 만다.

노년에 이렇게 인생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죽음에 대한 공포로 말미암아 괴로움을 받지 않을 것이다.

또한 정력의 쇠퇴와 더불어 피로가 증가하므로 휴식을 즐기게 될 것이다.

 

현인(賢人)은 차라리 일하는 도중에 죽어 가기를 바라야 할 것이다.

그가 지금까지 이루지 못한 것은 다른 사람이 계승하여 줄 것을 믿으며, 한편으로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다하였다고 생각함으로써 만족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