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든 열매든 익어야 제 맛이 난다고 한다.
요즘 같아선 어려운 살림살이 보다 인심 팍팍한 게 더 무섭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따뜻한 이야기를 하나 소개한다.
어느 분이 예전에 형편이 어려울 때 살았던 낡은 연립주택을 세를 주게 됐다.
세 든 가족의 형편이 워낙 어려웠던 탓에 지난 오 년 동안 집세를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다고 한다.
'오죽 힘들면 그럴까.' 싶어 전화도 안 하고 찾아가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마침, 그 집 아래층에 사는 주인이 전화가 와서 '수도관이 샌다며 얼른 와보라.'라고 했던 것이다.
이 분은 이때부터 고민 아닌 고민을 시작했다.
수도가 샌다니까 얼른 고쳐주러 가긴 가야겠는데, 세든 그 집 가족들을 만날 일이 걱정이라는 것이다.
주인이 찾아가면 그동안 밀린 집세 받으러 온 줄 알고, 부인과 아이들이 불안해서 마음을 졸일 것이라는 뜻이었다.
물론 살면서 이런 집주인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백가지 꽃향기가 덕 있는 사람 한 사람의 향기를 따르지 못한다고 한다.
넉넉한 사랑으로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의 향기를 품기 위해, 수행 정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