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독일

괴테

높은바위 2015. 2. 11. 10:18

 

 

                   프로메테우스

 

제우스여, 그대의 하늘을

구름의 너울로 덮어라!

그리고 엉겅퀴의 목을 치는

어린이처럼

참나무나 산정들과 힘을 겨뤄라!

그러나 나의 대지여,

그대가 짓지 않은,

나의 집이며,

불길 때문에 그대가

나를 질투하는

나의 화덕을

그대는 나에게 남겨둬야 한다.

 

 

신들이여 태양 아래서 너희들보다

가련한 존재는 없으리라.

너희는 째째하게도

희생물로 바친 제물이나

기도의 숨결로

너희 위엄을 키우고 있을 뿐이다.

어린이나 거지같은 인간이

어리석은 소원을 아뢰지 않으면

너희는 굶어 죽을 수밖에 없으리라.

 

 

나는 어린 시절에,

아무런 사리 판단을 못하였기에,

태양을 향해 의혹의 눈을 던졌나니

거기에 나의 슬픔을 들어 줄

귀가 있으리라는 생각에,

나와 마찬가지로 괴로움을 위로하는

그런 마음이 있으려니 생각해서였다.

 

 

그러나 누가 거인족의 폭력으로부터

나를 구해 주었는가.

누가 죽음과 노예 상태로부터

나를 구해주었는가?

그 일을 한 것은 성스럽게 불타는

나의 마음이 아니었던가?

그런데도 젊고 착하기만 했던 나는,

속고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하고,

천상에서 게으름을 피우는 신들에게 감사했었다.

 

 

그대를 숭상하라 하는가, 왜 그런가?

그대는 한 번이라도 무거운 짐을 진 인간의

고통을 덜어 준 일이 있었던가?

그대는 한 번이라도 고뇌로 몸부림치는 인간의

눈물을 씻어 준 일이 있었던가?

 

 

나를 한 인간으로 단련시켜 준 것은

전능한 '때'와

영원한 '운명'이 아니었던가?

그것이 바로 나의 주요, 그대의 지배자이다.

 

 

아름다운 꿈의 이상이

완전히 열매 맺지 않았다고 해서,

내가 인생을 증오하고,

사막으로 도망치기라도 해야 한다고

그대는 망상이라도 하고 있는가?

 

 

나는 여기에 앉아서,

내 모습 그대로의 인간을 만든다.

나를 닮은 종족을 만드는 것이다.

괴로워하고 울고,

즐거워하고 기뻐하며,

그리고 그대 따위는 숭상하지 않는

나를 닮은 족속을 만든다.

 

 

 

 

* 젊은 괴테의 이상주의 정신 및 천재 정신이 낡은 인습과 전통을 깨뜨리고 자유로운 휴머니즘을 동경하는 이른바 스투룸 운트 드랑(질풍 노도) 시대의 대표적인 시.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프로메테우스는 진흙으로 인간을 만들고, 신들이 사는 천계에서 불을 훔쳐다가 인간에게 불을 주었다.

그 불로 해서 인간은 지위가 격상되게 된 것이다.

신들의 제왕 제우스는 신에게 반역한 이 프로메테우스를 코카사스 지방 스큐티아 해변의 바위산에 결박하고, 한 마리 매로 하여금 산 채로 그 간을 쪼아먹게 하는 벌을 주었다고 한다.

괴테의 프로메테우스는 이 신화를 소재로 하여 창작한 것이다.

그러나 시인의 개인 감정을 표출했다기보다는 프로메테우스의 목소리를 빌어 시인의 광대한 감정 영역을 표현하고 있다.

즉, 고대 거인의 의상을 자기 몸에 맞게 재단하여 이 힘찬 서사시를 창작했다고 할 수 있다.

참된 인간은 종교적 미신의 대상인 신을 거역하고 그것을 모욕하며, 자기 자신의 법칙에 따라 자기를 발전시키고 무한한 창조를 영위한다고 하는 거대한 에너지의 찬가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