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141. 울음이 타는 가을江

높은바위 2005. 7. 28. 06:31
 

141. 울음이 타는 가을江

 

                           박 재 삼

 

마음의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가는

소리 죽은 가을강을 처음 보것네.

 

                    1959. 사상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