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124. 꽃을 위한 서시

높은바위 2005. 7. 24. 06:20
 

124. 꽃을 위한 서시

 

                                          김 춘 수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에 젖어드는 이 무명의 어둠에

  추억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밤내 운다.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 밤 돌개바람이 되어

  탑을 흔들다가

  돌에까지 스미면 금이 될 것이다.


   … … 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여.

 

* 이 시에서의 ‘꽃’은 사물에 내재해 있는 본질적인 의미로서, 그것이 인식되지 않을 경우 아무런 의미도 부여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인식의 주체로서 일상의 행동으로는 사물의 본질을 발견하지 못한다. 의식에 불을 켜고 깊이 있는 추구의 노력을 해야만 한다. 그러나, 사물의 본질은 쉽사리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인간은 사물의 본질을 끈질기게 추구해야 하며, 그러한 추구의 과정이 인간의 존재를 더욱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