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나지 않는 꽃
있고 없고
나고 죽는 순간들을
역사의 행간에 옮겨 심어도
돋아나지 않는
꽃이 있다.
목이 메인 절규로도 피어나지 않는
꽃이 있다.
아, 지구촌 어느 하늘아래
이보다 더 슬픈 마을이 있을까.
비켜갈 수 없는 내 손금의 금줄을
허락도 없이 넘나드는
바람이 있다.
다른 손 또 다른 손을 잡아가면서
우리들 혼 줄의 불꽃송아리를
아주 먼 곳으로
밀어 내려는
바람이 있다.
이런 날 나는 이산(離散)의 아픔을 키우며
곳곳에서 시들어가는
풀꽃들의 의미를 눈물겹도록 지켜볼 뿐
찢겨진 깃발만큼도 자유롭지 못한
나는
누구와도 닮지 않은
햇덩이하나 가슴에 안고
설레임으로
먼 산만 보고 있다.
눈물이 마르고 피가 마를 때까지
슬픈 내 모어(母語)의 하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