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한국전쟁과 그 비극의 역사/아버지의 城

피어나지 않는 꽃

높은바위 2019. 7. 6. 14:33

  

 

피어나지 않는 꽃

 

 

있고 없고

나고 죽는 순간들을

역사의 행간에 옮겨 심어도

돋아나지 않는

꽃이 있다.

 

목이 메인 절규로도 피어나지 않는

꽃이 있다.

 

, 지구촌 어느 하늘아래

이보다 더 슬픈 마을이 있을까.

 

비켜갈 수 없는 내 손금의 금줄을

허락도 없이 넘나드는

바람이 있다.

 

다른 손 또 다른 손을 잡아가면서

우리들 혼 줄의 불꽃송아리를

 

아주 먼 곳으로

밀어 내려는

바람이 있다.

 

이런 날 나는 이산(離散)의 아픔을 키우며

곳곳에서 시들어가는

풀꽃들의 의미를 눈물겹도록 지켜볼 뿐

찢겨진 깃발만큼도 자유롭지 못한

나는

누구와도 닮지 않은

햇덩이하나 가슴에 안고

설레임으로

먼 산만 보고 있다.

 

눈물이 마르고 피가 마를 때까지

슬픈 내 모어(母語)의 하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