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 호수의 백조
나무들은 아름답게 가을 단장을 하고
숲 사이의 오솔길은 메마른데
10월의 황혼 아래 물은
고요한 하늘을 비춘다.
바위 사이로 치런히 넘치는 물 위에
떠노는 쉰 아홉 마리의 백조.
내가 처음 세어 보았을 때로부터
열 아홉 번째 가을이 찾아왔구나.
그때는 내가 미처 다 세기도 전에
모두들 갑자기 치솟아 올라
커다란 원을 그리면서
날개소리도 요란히 흩어졌던 것을.
저 눈부신 새들을 바라보노라면,
내 가슴은 쓰라려진다.
모든 것은 변해 버렸나니
맨 처음 이 기슭에서 황혼에
머리 위에 요란한 날개소리를 들으며,
보다 가벼운 걸음으로 걸은 그 날 뒤로.
아직도 지칠 줄 모르고 자기 짝끼리
그것들은 차가운 정든 물결을
헤엄치거나 공중을 날아가나니
그들의 마음은 늙지 않았다.
어디를 헤매든지 그들에게는
정열과 패기가 항상 따른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 고요히 물 위를 떠간다.
신비롭게, 또 아름답게
어느 동심초 사이에 둥우리를 짓고
어느 호숫가 또는 물웅덩이에서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할 것인가.
내 언제 잠깨어 그들이 날아가 버렸음을 깨달을까.
* 이 시는 1916년에 창작되어 <Little Review>(June, 1917)에 처음으로 발표되었다.
예이츠는 더블린에서 태어나 에이레 문예부흥에 적극 힘썼다.
1923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세계 최고의 시인중의 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