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의 죽음
여행자여, 그대는 새벽녘에 길을 떠나야 하오
개의 코끝처럼 축축한 대지 위에
그대의 발을 문질러야 하오
해가 떠올라, 그대의 등불을 끄게 하오
희미한 빗살이 하늘빛 속으로 파고드는 걸 보시오
일찍 일어나 괭이에 붙은 지렁이를 떨치기 위해
무명으로 동여맨 다리, 그대의 그림자를 활기차게 뻗친다오
황혼의 죽음과 슬픈 보복이 아니오
이 부드러운 점화, 살며시 멀어져 가는 미풍
달리는 상쾌함, 그리고 새로이 시작되는 하루에 대한 불안감
짐을 실은 낡은 배는 움츠리고
잠든 시장을 깨우기 위한 얼굴 없는 무리가 되어
안개 속을 덮친다오
어느 겨울날 갑작스레
이 덮개 위로
새벽녘 외로운 트럼펫 주자의 죽음을 불러온
폭도와도 같이
새하얀 깃털 조각들…
그러나 그것은 헛된 의식이었네
화해는 우울하게 지속되고
오른발이 환희를 향해 나가기도 전에
왼발은 두려움에 떠는구나
어머니는 애절하게 기도하네
아이야, 허기진 길이 기다릴 때에는
제발 길을 떠나지 말거라
여행자여, 그대는 길을 떠나야 하오
새벽녘에
성스러운 시간의 경이로움을 나는 약속하오
파들 거리며 축 늘어진 흰 닭
격노한 날개 위로 감히 도전하려는
인간의 진보라는 잘못된 찢김
그러나 그렇게 또 하나의 죽어가는 영혼
친구여, 네 발명품의 갑작스러운 포옹 속에
말을 잃은 너, 이것은 조롱 속에 찌푸린 얼굴
이 일그러진 마지막 모습 –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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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킨완데 올루월레 "월레" 소잉카(Akinwande Oluwole "Wole" Soyinka, 1934년 7월 13일 ~ )는 극작가, 시인, 소설가.
1934년 식민지 시기 나이지리아 남서부 아베오쿠타에서 태어났다.
이바단에 있는 유니버시티칼리지를 졸업하고 영국으로 건너가 리즈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1986년 아프리카작가로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고, 당시 감옥에 갇혀 있던 넬슨 만델라에게 수상연설을 헌정했다.
리즈대학, 하버드대학, 프린스턴대학 등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고, 코넬대학, 에모리대학, 네바다대학, 옥스퍼드대학, 하버드대학, 예일대학, 로욜라메리마운트대학 등에서 교수를 역임했다.
1954년에 《케피의 생일잔치》를 시작으로 《늪에 사는 사람들》, 《사자와 보석》, 《숲 속의 춤》을 거쳐 《당신은 새벽에 시작해야 한다》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희곡들을 발표했고, 《지구에 추락한 큰 비행기》, 《만델라의 지구》 등을 비롯한 여러 권의 시집과 《해석자들》, 《아노미의 계절》 등의 소설, 《신제국주의》, 《오브 아프리카》 등의 에세이집을 발표했다.
현실 정치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나이지리아 군사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적인 목소리를 냈고, 나이지리아가 내전을 치를 때 휴전을 요구하는 글을 신문에 기고했다가 반역죄로 2년 동안 감옥에 갇히기도 했다.
훗날 유엔 친선대사로 임명되어 아프리카의 문화 진흥과 인권, 표현의 자유를 위해 헌신했으며, 2016년에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20년 넘게 살아오던 미국의 영주권을 포기하고 나이지리아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