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이야기

미래의 퍼스낼리티

높은바위 2015. 11. 20. 07:04

 

커뮤니케이션과 성격의 관계는 복잡하여 따로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

매체의 혁명은 정신의 혁명을 의미할 수밖에 없다.

제2물결 시대에는 사람들이 대량 생산된 이미지의 바다에 잠겨 있었다.

중앙에서 제작된 비교적 소수의 신문 ․ 잡지 ․ 라디오 ․ TV 방송 ․ 영화 등은 비평가들이 말하는 이른바 ‘단일체 의식(monolithic consciousness)’을 길러 주었다.

개인은 자신을 비교적 소수인 역할 모델과 비교하고 생활양식을 소수의 선택된 가능성에 의거하여 평가하도록 끊임없이 권장되었다.

그 결과 사회적으로 용인된 퍼스낼리티 스타일의 폭이 상대적으로 좁아졌다.

 

오늘날 매체의 탈대중화는 사람들이 자신을 측정할 역할 모델과 생활양식을 눈부실 정도로 다양하게 만든다.

더구나 새 매체는 완전히 형태를 갖춘 큰 덩어리의 이미지가 아니라 단편적이고 순간적인 이미지를 가져다준다.

우리는 여러 가지 중에서 선택된 일관성 있는 한 가지 자기 동일성이 아니라 여러 가지를 하나로 접합하여 만든 것 즉 외형적이거나 조립된 나(configurative or modular me)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이것은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자기 동일성을 필사적으로 찾고 있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우리는 이와 같이 노력함으로써 우리 자신의 개성의 작가 즉 우리를 독특하게 만들어 주는 특성의 자각을 높인다.

그 결과 우리의 자아상(self-image)도 변화해 간다.

우리는 개인으로 인식되고 또 취급받기를 요구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새로운 생산 체계가 더욱 개성화된 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바로 그 시기에 일어난다.

 

제3물결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매체는 우리 내부의 순수한 개인적인 것을 구체화해 줄 뿐 아니라 우리를 자신의 자아상의 생산자 또는 더 나아가 생산소비자로 전환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혁명은 인간 각자에게 복잡한 자아상을 제공하고 인간을 더욱 분화한다.

커뮤니케이션 혁명은 인간이 여러 가지 자아상을 ‘시험’해 보는 과정을 촉진하고, 실제로 이미지의 연속을 통해 인간의 움직임을 가속화한다.

또 커뮤니케이션 혁명은 인간이 자신의 이미지를 전자 공학적으로 전 세계에 내보내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인간의 퍼스낼리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모른다.

이전의 어떠한 문명도 이처럼 강력한 수단을 가져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점차 의식을 지배하는 기술을 소유할 것이다.

 

(앨빈 토플러 지음, 이규행 옮김, 《제3의 물결》(한국경제신문사, 1989)전체에서 뽑고 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