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와 시어(詩語)/ㄹ

라일락

높은바위 2023. 4. 14. 07:00

 

목서과에 속하는 낙엽 활엽의 작은 교목. 유럽원산으로 5월에 꽃이 핀다. 정향(丁香).

 

담배 또 담배

가래며 기침 튀는 날

 

속이파리 숙어지고

새 잎새 푸르른 그날

 

내가 라일락으로 환생하는 그날. (김지하, '라일락', "별밭을 우러르며", p. 79)

 

여보시오

연보라 향기로 지어나서

온몸이 꽃이 되어

노래노래

철철 넘치는 사람아

이 봄날 당신이 부르는 노래는

내가 다가설 수 없는 거리

당신의 노랫소리는

그냥 향그럽게 스며들어

가슴 자욱히 메이는 그리움이 어지럽다오 (한광구, '라일락', "깊고 푸른 중심", p. 24)

 

바람도 없는데

라일락꽃이 후둑후둑 떨어진다

매 맞는 오월의

뜰 꽃잎에 속이 울리고

담벽을 닫은 유인물에서

충혈된 절벽들이 뛰어내린다

일제히 발등을 들어 올리는 풀포기들

라일락 밑은 죄다 멍투성이다 (장석남, '라일락 밑',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p. 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