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비 두름이라도 있어야 모처럼 올라오신 시부모님 대접을 할 수 있을 텐데 이를 어쩌나."
"베란다에 놓아둔 굴비에서 콤콤한 냄새가 난다."
'굴비'는 '소금에 약간 절여서 통째로 말린 참조기'이다.
세는 단위는 마리, 손(2마리), 두름(20마리)이다.
예전부터 영광굴비가 유명했다.
굴비란 말은 말린 조기 모습에서 따왔다는 설이다.
조기를 짚으로 엮어 말리는 과정에서 점점 머리와 꼬리가 아래로 쳐지는데,
조기의 굽은 등을 보고 '굽이'라고 부르던 것이 점차 구비(仇非), 굴비의 형태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또 900년 전 고려시대에 '이자겸의 난'을 일으킨 이자겸이 진상한 굴비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이자겸은 인종의 외척세력으로 왕보다 더 높은 권력을 차지하려 반란을 일으켰다.
이자겸은 인종의 외할아버지이며, 집안은 '경원 이 씨' 집안으로 고려 11대 왕인 문종부터 17대 왕인 인종까지 무려 80년 동안 다섯 명의 왕에게 아홉 명의 왕비를 배출해 내며 최고의 권력을 휘두르던 외척 세력이었다.
반란에 실패해 이자겸은 정주(지금의 영광)로 귀양을 가게 되었다.
거기서 그는 자신의 의지가 담긴 말린 조기를 한자로 '굴비(屈非)'로 이름 지어 함께 진상했다.
한자어 굴비를 직역하면 '굽히지 않겠다'는 뜻으로 비굴하게 굽히지 않겠다는 자신의 의지를 인종에게 보여준 것이다.
'말린 조기'에 거창한 뜻의 '굴비'라는 이름까지 붙여 진상한 걸 보면, 오히려 인종의 화를 돋웠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내가 먹어보니 맛이 좋아 보냈다고 하면, 손주의 마음이 조금 풀어졌을지도 모를 일인데 말이다.
결국 그렇게 귀양 가서 1년도 안돼서 죽었으니 끝이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