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68. 告 別

높은바위 2005. 7. 7. 13:18
 

68. 告     別

 

  어제 나에게 찬사와 꽃다발을 던지고

  우뢰 같은 박수를 보내주던 인사들

  오늘은 멸시의 눈초리로 혹은 무심히

  내 앞을 지나쳐버린다


  청춘을 바친 이 땅

  오늘 내 머리에는 용수가 씌워졌다

 

  孤島에라도 좋으니 차라리 머언 곳으로 ---

  나를 보내다오

  뱃사공은 나와 방언이 달라도 좋다

  내가 떠나면

  정든 책상은 고물상이 업어갈 것이고

  애끼던 책들은 천덕구니가 되어 장터로 나갈 게다


  나와 친하던 이들 또 나를 시기하던 이들

  잔을 들어라 그대들과 나 사이에

  마주막인 작별의 잔을 높이 들자

 

  우정이라는 것 또 신의라는 것

  이것은 다 어디에 있는 것이냐

  생쥐에게나 뜯어먹게 던져 주어라


  온갖 화근이었던 이름 석자를

  갈기갈기 찢어서 바다에 던져버리련다

  나를 어니 떨어진 섬으로 멀리 멀리 보내다오


  눈물어린 얼굴을 돌이키고

  나는 이곳을 떠나련다

  개 짖는 마을들아

  닭이 새벽을 알리는 村家들아

  잘 있거라

  별이 있고

  하늘이 보이고

  거기 자유가 닫혀지지 않는 곳이라면 ---

 

                          1953. [별을 쳐다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