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告 別
어제 나에게 찬사와 꽃다발을 던지고
우뢰 같은 박수를 보내주던 인사들
오늘은 멸시의 눈초리로 혹은 무심히
내 앞을 지나쳐버린다
청춘을 바친 이 땅
오늘 내 머리에는 용수가 씌워졌다
孤島에라도 좋으니 차라리 머언 곳으로 ---
나를 보내다오
뱃사공은 나와 방언이 달라도 좋다
내가 떠나면
정든 책상은 고물상이 업어갈 것이고
애끼던 책들은 천덕구니가 되어 장터로 나갈 게다
나와 친하던 이들 또 나를 시기하던 이들
잔을 들어라 그대들과 나 사이에
마주막인 작별의 잔을 높이 들자
우정이라는 것 또 신의라는 것
이것은 다 어디에 있는 것이냐
생쥐에게나 뜯어먹게 던져 주어라
온갖 화근이었던 이름 석자를
갈기갈기 찢어서 바다에 던져버리련다
나를 어니 떨어진 섬으로 멀리 멀리 보내다오
눈물어린 얼굴을 돌이키고
나는 이곳을 떠나련다
개 짖는 마을들아
닭이 새벽을 알리는 村家들아
잘 있거라
별이 있고
하늘이 보이고
거기 자유가 닫혀지지 않는 곳이라면 ---
1953. [별을 쳐다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