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이야기

황희정승 어법

높은바위 2023. 12. 27. 07:54

 

황희정승에 관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어느 날 하인 두 명이 싸움을 벌이다가 주인이 나타나자 서로 '자신이 옳고 상대가 잘못했다'며 하소연을 했다.

그 말을 곰곰이 듣던 정승은 '네 말을 들으니 네가 옳고, 저 애 말을 들어보니 또 저 애 말도 옳다.'라고 했다.

그때 옆에서 지켜보던 부인이 말하길,

"아니, 이 애도 옳고 저 애도 옳다니요? 한나라의 정승이라는 분이 어찌 그리 사리분별에 어두우십니까?"

하니까 황희정승이 말했다.

"맞소. 듣고 보니 또 부인 말도 옳구려!"

옳고 그름을 시비분별하지 않고, '이것도 옳고 저것도 옳다'라고 인정하는 태도를 '황희정승 어법'이라고도 한다.

 

사람에 따라서 그 해석이야 다양하겠지만 불교의 중도사상과 꽤 근접한 일화라고 할 수 있다.

석가는 '옳고 그름을 따지고 분별하는 것은 저마다 자기를 중심에 놓고 보는 착각이라서 실체가 없는 허망한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옳고 그름을 가리려고 하는 것은 답이 없는 문제를 갖고 답을 찾겠다고 덤비는 것과 같다.

'답은 없고 오직 경험만 있다'는 말처럼, 시비분별에 마음을 쏟아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