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위병
프랑스로 돌아가는 두 근위병
그들은 러시아의 포로였다.
독일의 병영에 막 도착했을 때
두 사람은 고개를 떨구었다.
거기에서 슬픈 소문을 듣게 되었나니
프랑스는 전쟁에 패배하였고
대군은 뿔뿔이 흩어졌으며
황제께서, 황제께서 잡히셨단다.
두 사람은 서로 힘껏 끌어안으며
슬픈 소식에 함께 울었다.
하나가 말하기를 너무너무 슬퍼지니
나의 옛 상처가 다시 쑤신다.
다른 병사 말하기를 끝장 난거야,
너와 함께 그대로 죽고 싶지만,
집에는 처자가 기다리고 있다네.
나 없으면 그들은 굶어 죽는다네.
아내와 자식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내게는 그보다 큰 열망이 있나니,
처자야 굶주리면 동냥이나 다니라지,
황제께서, 황제께서 잡혀 가지 않았는가!
전우여, 내 부탁을 들어 주게나,
내가 이제 여기서 죽게 된다면
내 시체를 프랑스로 가지고 가서
조국의 땅 속에 나를 묻어 다오.
빨강 리본이 달린 십자훈장은
내 가슴 위에다 매달아 다오.
내 손에는 반드시 총을 쥐어 주고
허리에는 군도를 차게 해다오.
준비를 갖춘 뒤에 무덤 속에 누워서
보초처럼 숨 죽이고 귀 기울이리니.
언젠가 대포소리 천지를 뒤흔들고
말굽소리 우렁차게 들려오리라.
황제께서 내 위로 말을 달리시며
수많은 창검이 철컥대며 번쩍이면
나는 무장하고 무덤에서 다시 나와
황제를, 황제를 호위하리라.
* 철학자 헤겔이 1831년에 죽고, 시성 괴테가 1832년에 죽게 되자 독일은 그때까지 정신계에 군림하고 있던 지상권(至上權)이 종말을 맞이하게 되고, 긴급하고 피할길 없는 정치, 사회, 경제 문제가 크게 클로즈업하게 되었다.
문예 사조상으로는 낭만주의가 종말을 고하고 사실주의가 시작되는 것이다.
사실주의의 특징은 시대의 정세를 반영한 강한 정치의식에 있다.
이 시기의 이데올로기적 문학을 일괄하여 흔히 '청년 독일파'라 일컫고 있는데, 그 일파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하인리히 하이네(Heinrich Heine : 1797-1856)이다.
하이네는 유태인이었기 때문에 언제나 출생이 문제가 되어 독일에서 본인이 원하는 지위를 차지할 수 없었다.
프로테스탄트로 개종했으나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고, 1830년에는 실의 속에 파리를 방문한다.
수많은 저명 인사들과 친교를 나누게 되고 결국에 거기에 영주하게 된다.
만년에는 중한 척추병에 걸려 8년에 걸친 병고를 겪은 뒤 1856년에 파란 많던 생애를 마쳤다.
<근위병>은 혁명가 하이네의 피끓는 정열을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명작이다.
독일 국적의 하이네가 프랑스인의 애국심을 북돋는 이 시를 썼다는 것이 역사의 아이러니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