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독일

하이네

높은바위 2015. 2. 20. 10:31

 

 

         로렐라이

 

왜 그런지 그 까닭은 알 수 없지만

내 마음은 자꾸만 슬퍼지나니

옛날부터 전해져 오는 이야기가

내 마음에 자꾸만 메아리친다.

 

쌀쌀한 바람 불고 해거름 드리운

라인 강은 소리 없이 흐르고 있는데

지는 해의 저녁놀을 받고서

바위는 반짝이며 우뚝 솟아 있다.

 

이상스럽구나 그 바위 위에

아름다운 아가씨가 가만히 앉아서

빛나는 황금빗으로

황금빛 머리칼을 빗어 내리네.

 

황금빗으로 머리를 빗으며

부르고 있는 노래소리

그 선율은 이상스러워

그 노래의 힘은 마음에 스민다.

 

배 젓고 가는 사공의 마음에

자꾸만 슬픈 생각이 들기만 하여

뒤돌아보는 그의 눈동자에는

강 속의 바위가 보이지 않는다.

 

무참하게도 강 물결은 마침내

배와 사공을 삼키고 말았나니

그 까닭은 말할 수 없으나 로렐라이의

노래로 말미암은 이상한 일이여.

 

 

 

* 하이네의 가장 유명한 시로 로렐라이란 '마(魔)의 바위'란 뜻이다.

로렐라이의 전설은 이미 선배 시인인 브렌타노와 아이헨도르프에 의해 시로 작품화 된 바 있었다.

브렌타노는 라인 강에 투신하여 죽은 운명의 마녀를 이야기시로 노래했고, 아이헨도르프는 라인성에 사는 숲의 요정을 소곡으로 노래하였다.

하이네는 두 시인의 작품을 물론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더 깊이 주목한 것은 레벤 백작이 쓴 <로렐라이의 바위>였다.

이 작품은 오늘날 이미 잊혀지고 있다.

하이네의 작품과 레벤의 작품은 외형과 내용에서 비슷한 점도 있다.

그러나 그 두 작품은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레벤의 작품 배경은 달빛 비치는 라인 강인 반면, 하이네의 것은 해지는 절박한 순간의 라인 강이다.

레벤의 시에서는 바위에 앉아 있는 마녀만 나올 뿐이요 라인 강의 풍경은 묘사되어 있지 않으나, 하이네는 그 풍경도 분위기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