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상대가 뭐든지 간에 막 나가는 사람에게 주로 사용하는데요.
'철딱서니 없이 아무에게나 함부로 덤비는 짓'이나 '경험이 적고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사람이 철없이 함부로 덤비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개에게 있어 생후 일 년이면 천방지축 까불고 겁 없이 짖어댈 때이니 '범' 무서운 줄 모를 게 당연하다 하겠습니다.
'하룻강아지'는 '하릅강아지'가 변한 것이죠.
'하릅'이라는 단어의 문헌적 용례는 아주 드물지만, 17세기의 <시경언해(詩經諺解)>에 보이고, 19세기말의 <한영자전>(1987)에 '하릅강아지'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그리고 총독부 간행 <조선어사전>(1920)과 문세영 저 <조선어사전>(1938)에는 '하룻강아지'만 나오고요, <큰사전>(1957)에도 '하릅강아지'는 보이지 않고 '하룻강아지'만 나옵니다.
이로 보면 20세기 이후에는 '하룻강아지'가 '하릅강아지'의 변형이라는 사실을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거죠.
'하릅'은 소·말·개 등과 같은 짐승의 '한 살'을 지시하는 단어로, 실제로는 거의 쓰이지 않으면서도 사전에는 등재되어 있는데요.
'하릅강아지, 하릅망아지, 하릅송아지, 하릅비둘기' 등은 모두 '한 살이 된 개·말·소·비둘기'로 요즘에는 이 단어가 거의 쓰이지 않지만 아직도 시골 노인들에게서 들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하릅(지방에 따라 '한 습')-한 살'과 같이 짐승의 나이를 세는 용어에는 '두습-두 살', '사릅(세습, 사습)-세 살', '나릅(네습)-네 살', '다습-다섯 살', '여습-여섯 살', '이릅-일곱 살', '여듭-여덟 살', '구릅(아습)-아홉 살', '담불(열릅)-열 살'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