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이야기

지리산 풍수서설(風水序說)

높은바위 2025. 4. 28. 06:25

 

자손이 귀한 명문부호들은 지리산(智異山) 남록(南麓)인, 구례(求禮) 벽촌 사지면(士旨面)에 가서 살기를 권유받았다.

그러기에 사지면(士旨面)은 벽촌 치고 살기가 풍성한 소비촌(消費村)이 되었다.

남도의 각성받이 부호들이 양식을 들여놓고 정주하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풍수명혈(名穴) <금환낙지(金環落地 : 풍수적으로 하느님이 입에 물고 있던 금가락지를 토해 놓은 곳이라고 이르는 마을의 형국.)>를 바로 그곳으로 알고 모여든 이인들이었다.

 

지리산에는 <청학동구(靑鶴洞口)> <금구몰니(金龜沒泥 : 금빛 거북이가 진흙 속에 묻힌 형상을 지닌 터. 풍수지리설에서 명당으로 간주한다.)> <금환낙지(金環落地)> 등 명혈(名穴)이 있다 하였다.

 

<청학동구(靑鶴洞口)>는 난을 피하는 유토피아로, 지리산 연봉(連峰)의 1,500미터 고원인 세석평전(細石坪田)으로 단정, 일제말 전국의 36 개 각성받이가 각기 세대를 이끌고 와서, 1년인가 살았던 적이 있었다.

등산가들은 지금도 그들이 살았던 유지를 찾아볼 수가 있었다.

 

<금구몰니(金龜沒泥>는 오미(五美)란 곳으로, 문화 유 씨(文化柳氏)들이 이미 점(點)하고 살고 있다 하며, 아직 뚜렷이 발견되지 못한, <금환낙지(金環落地)>는 사지(士旨)골의 그 어느 지점으로 알고들 모여든 것이다.

 

옛날 형제봉에는 형제신이 살았는데, 그중 한 신은 양기(陽氣)가 넘치고, 한 신은 거세되어 생산을 못하였다.

여기 옥여신(玉女神) 자매가 이 형제신과 사랑을 하도록 계시를 받는데, 어느 편이 거세되지 않는 남신인가 알 수 없도록 하여 시련을 부여받는다.

정욕(情慾)에 굶주린 옥녀(玉女)들이 형제봉에 올라 구애를 하고 있는데, 바람이 갑자기 일더니 한 옥녀의 손에 끼었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졌다.

지륜(指輪)은 섹스의 열쇠며, 성행위나 분만할 때 반드시 반지를 벗어야 한다는 습속은, 섹스의 열쇠를 연다는 뜻으로 이유가 있다고 인류학자 프레이저(Frazer, Sir James George, 1854년 ~ 1941년, 영국, 방대한 문헌과 자료를 바탕으로 고대인의 토테미즘, 주술, 터부, 성적 관계 따위에 관하여 연구하였다.)는 말하고 있다.

 

이 지리산 신화에서 금반지가 떨어졌다는 것은, 바로 풍요한 남신과의 결합을 뜻하며, 그곳은 바로 손이 번창할 혈로 인식되었을 만하다.

한국의 풍수혈(穴)이 이같이 신화와 인류학적인 발상에서 연유되기도 했다는 좋은 실례이며, 이 신화가 구체적인 이민취락으로까지 발전한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지금도 사지(士旨)골에는 금환낙지의 혈(穴)을 찾는 이민이 이따금 있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