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에게
오오 쾌활한 새 손님이! 옛날 일찌기 들은 바 있는
그 소리 이제 듣고 나는 기뻐한다.
오오 뻐꾸기여! 너를 새라고 부를 것인가
아니면 방황하는 소리라고 부를 것인가.
풀밭 위에 누워 듣고 있노라면
너의 두 갈래 목소리가 들려 온다.
그것은 멀리서 또 가까이서 동시에 울려
언덕에서 언덕으로 건너가는 듯하다.
너는 골짜기를 향하여 햇빛과 꽃 이야기를
다만 재잘거리면서 말하고 있을 뿐이지만
내게 가져다 주는 것은
꿈 많던 소년 시절의 이야기로다.
잘 와 주셨다 봄철의 귀염둥이여!
지금도 역시 너는 내게 있어서
새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
하나의 목소리요 하나의 신비로다.
내가 학교 다니던 때 귀를 기울였던
그것과 같은 소리. 그 소리를 찾아서
나는 사방 팔방을 둘러 보았었지.
숲과 나무와 그리고 하늘을.
너를 찾느라고 여러 차례에 걸쳐
나는 숲과 풀밭을 헤매었었다.
너는 언제나 희망이었고 사랑이었다.
언제나 그리움이었으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지금도 나는 네 소리를 들을 수 있구나.
들판에 누워 귀를 기울이면
어느 덧 꿈 많고 행복스러웠던 소년 시절이
나에게 다시금 되돌아온다.
오오 행복스러운 새여!
우리가 발 붙이고 있는 이 대지가
다시금 멋진 꿈나라가 되고
네가 살기에 적합한 곳이 되는 듯하구나.
* 윌리엄 워즈워드(William Wordsworth : 1770-1850)는 영국 낭만주의 시인이며, 그의 시집 <서정 가요집(Lyrical Ballads)>(초판 1708, 개정판 1800)의 서문은 고전주의에 대한 낭만주의 선언으로 유명하다.
쉬운 언어로 감동을 전하려고 한 그에게는 자연을 솔직하게 노래한 작품이 많다.
무지개나 수선화나 뻐꾸기를 노래하고, 순진한 어린이와 노래하는 아가씨 및 풍경 등 얼핏 생각하기에 감동의 대상이 되지 않을 듯한 것에 대해서 놀라움을 느끼고 감동하는 것이다.
흔히 워즈워드의 자연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인간의 상상력에 의해 환상으로 바뀐 것으로 극히 인공적인 자연이라고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