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이야기

욕바위

높은바위 2024. 8. 28. 07:17

 

조선 제14대 (1552~1608재위 1567~1608) 선조(宣祖)의 장인 김제남의 산소가 있는,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안창리 능촌 서쪽 덕가산 모퉁이 중턱에 "욕바위"라는 바위(사진)가 있다.

옛날 강원 감사나 원주 수령들이 이 앞길을 지나다녔는데,

그들이 통행할 때 백성들은 이 바위에 숨어,

그들의 패정(弊政)이나 결함을 큰 소리로 고발하는 풍습이 있어 "욕바위"로 이름이 붙은 곳이다.

 

이 욕바위는 한국 정치사나 언론사, 그리고 법률사에서 주의되지 않던 흥미 있는 관습행위인 것이다.

욕바위에서의 언론은 아무런 죄나 책임을 짓지 않는다는 면죄(免罪) 성향으로 간주되었다는 점이,

우발성의 욕바위가 아니라 욕바위라는 한 민주적 제도, 관과 민이 신랄하게 접하는 한 숨통을 트는 훌륭한 구실을 입증한다.

 

물론 민의의 상달 방법은 상소(上疏)나 차자(箚子), 주의(奏議) 같은 수법

그리고 벽서(壁書), 신문고(申聞鼓), 격쟁(擊錚 : 조선 시대, 억울한 일이 있는 사람이 임금의 거둥길에 꽹과리를 치는 행위를 이르던 .) 같은 제도도 있으나

이 같은 욕바위의 관습이 보다 오래되고 원시적인 형태의 고유한 상달방법인 것 같다.

 

욕바위에 서서 입에 손을 두루 말아 대고 규탄하고 고발하는 백의의 한 서민 모습과

그 아래 멀찌막히 말위에 앉아서 귀에 손을 두루 말아 대고 듣는 지방장관의 모습을 연상할 때

이것이 원시민주주의의 훌륭한 잔재임을 알 수가 있을 것이다.

또 그것이 욕바위로 불린 소치는 이 민주바위에서의 규탄사항이,

신랄한 수령의 폐정이나 개인적 부덕이 대상이 되었기로 "욕"이란 통칭명사로 대명 되었을 것이다.

 

더욱이 이 욕바위가 있는 마을을 "어루니"라고 부르는데, 한문표기는 "언론리(言論里)"로 되어 있음을 본다.

이 마을 이름은 '어루니'의 표기를 위해 한문이 음에 맞춰 차용된 것이 아니라,

이 한문표기의 의음으로 '어루니'란 마을이름이 생겼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욕바위는 훌륭한 언론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욕바위는 여수지방에서도 채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