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이탈리아

에우제니오 몬탈레(Eugenio Montale)

높은바위 2023. 2. 4. 06:24

 

삶의 불행

 

나는 때때로 삶의 불행을 만났다.

그것은 꼬록꼬록 숨 막히는 개천이었고,

말라비틀어진 잎사귀를 포장하는 것이었으며

넘어지는 말(馬)과 같았다.

 

신의 무관심을 슬며시 열어주는

경탄스러운 일 이외, 나는 아무것도

잘 알지 못했는데, 그것은 한낮의

잠에 취한 조각상, 구름, 높이 솟은 사냥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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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우제니오 몬탈레(Eugenio Montale, 1896.10.12 ~ 1981.9.12)는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출생하였다.

부유한 상인 집안에서 태어나 일찍부터 시를 습작하였으나, 대학 재학 중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여 보병장교로 참전하였다.

1922년 《프리모 템포 Primo Tempo》지를 창간하고, 《소라리아》지의 편집에도 참여하였으며, 1925년에 발표한 시집 《오징어의 뼈 Ossi di seppia》로 일약 유명해졌다.

여기에서 그는 전통적 시형(詩型)을 깨뜨리고 황폐한 현대세계의 내적 풍경을 거기에 어울리도록 복잡한 새 기법에 의하여 훌륭하게 정착시켰다.

에우제니오 몬탈레는 주세페 운가레티, 콰시모도와 함께 이탈리아의 현대 3대 시인이라고 불린다. 

그의 출현은 선배인 G. 운가레티의 그것과 더불어 현대 이탈리아 시(詩)의 빛나는 출발을 장식하는 것이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후부터 그의 작품에는 현대세계의 비참함을 읊는 동시에, 거기에서 포착된 불멸의 미의 순간이 솜씨 있게 시현되었다.

그는 20세기 이탈리아 시단의 주류인 '에르메티즈모(순수시)'로 군림하여 1975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대표작에 《기회 Le occasioni》(1939) 《폭풍우와 기타 La bufera e altro》(1956) 등의 시집이 있고, W. 셰익스피어와 T.S. 엘리엇 등 영미문학의 번역물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