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은 유독 더웠다.
세계에 불어닥친 기후와 자연 재해,
쓰레기로 오염된 바다와 그것에 축적된 우리들의 먹거리,
지속된 무더위로 인한 짜증과 화(火)가,
법과 도덕과 상식을 넘어,
타인에게 전달된 무차별적이고 무작위적인 폭력들.
어느 기독교의 교리 말씀대로 예수님은 불로 심판하실까?
서기 999년 12월 31일 밤 12시가 되면 지구가 멸망한다고 모두가 벌벌 떨었다.
그것도 가장 문명국이라는 유럽 제국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종말론을 믿으며
이제 이 세상은 끝나고 새로운 천년왕국 즉 기독교적인 세계가 시작된다고 믿었다.
그리하여 서기 999년의 12월이 다가서자 전 유럽이 공포 속에 휩싸였으며,
따라서 의도적인 자선이나 회개가 사회를 뒤덮었다.
바람을 피운 남편도 부인에게 용서를 빌고,
부자들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많은 돈과 음식을 주었고,
지주들은 소작인들에게 땅을 공짜로 나누어 주기도 하였다.
수전노는 빌려간 사람들에게 빌려간 돈 전액을 탕감해 주었고,
거의 모두가 메시아를 찬양하였다.
드디어 999년 12월 31일 12시 제야의 종소리가 울렸다.
죽음의 정적이 온 세상을 덮고 있었다.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서기 1000년 1월 1일의 아침이 밝았다.
그날은 유독 맑은 날씨였다고 한다.
서기 1843년 3월에 지구의 종말이 오고, 예수 그리스도가 재림한다. -밀러 · 안식교 창시자.
서기 1914년에 지구의 종말이 온다. - 리셀 · 여호와의 증인 창시자.
서기 1965년 2월 15일에 지구의 종말이 오니, 인간의 정성이 부족해서 일어나는 것이다. - 노광동 · 동방교 교주.
서기 1992년 10월 28일이 휴거(종말의 날)이다.
이날부터 지구에서는 7년간의 대환란이 시작되고, 이어 1999년에는 완전 멸망하면서 천년 왕국이 시작된다. - 종말론을 주창하던 서울의 다말 교회.
우주는 고차원의 시공간을 떠다니며 무한히 반복된다.
내 생각과 내 육체가 사라지면 그것이 끝이 아니겠는가.
세상을 사랑하고, 지구를 사랑하라.
모든 삶에게 자비로워라.
그러면 끝이 끝 아니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