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고매(高邁)한 스승이 임종의 자리에서 자신이 가장 아끼던 제자를 불렀다.
스승이 베개 밑에서 한 권의 책을 꺼냈다.
모든 사람이 그 책이 과연 무슨 책인지 궁금해하였다.
스승은 이제껏 아무에게도 그 책만은 보여주지 않았던 것이었다.
한밤에 제자들이 가끔 열쇠 구멍을 통해 훔쳐보노라면 스승이 혼자 그 책을 읽고 있곤 했었다.
'무슨 책일까? 스승님은 그 책을 왜 그렇게도 비밀시 하는 걸까?'
스승이 방을 비울 때면 그 방은 언제나 잠겨 있었다.
어느 누구도 그 방에 들여보내지 않았다.
그랬으므로 그 책이 무슨 책인지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스승은 아끼는 제자를 불러놓고 말했다.
"이 책을 잘 간직하거라. 여기에 내가 가르친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이 책은 내 스승이 내게 주셨던 책이다. 이제 내가 그대에게 이 책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제자는 그 책을 불구덩이 속에 던져버리는 것이었다.
다른 제자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그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스승은 제자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축복해 주었다.
"그대는 깨친 것이야. 그 책에는 아무것도 없다.
누구의 뒤도 따르지 않은 그대는 내 가르침을 이해한 것이야.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의 영혼으로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