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그외 나라

벨라루스: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Svetlana Alexandrovna Alexievich)

높은바위 2023. 5. 31. 07:25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평범하고 인간적인 것에 대한 이 불신에

보통의 삶을 소위 이상이라는 것과 슬쩍 바꿔치기하려는 욕망에

평범한 온기를 차디찬 광채와 맞바꾸려는 이 욕망에

나는 매번 충격을 받았다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꾸미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해 이들은 신문이나 책 따위에서 이야기를 끌어오지 않는다

타인의 영향을 받은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 뽑아낸 진짜 고통과 아픔을 들려준다

많이 배운 사람들의 감정과 언어는 시간에 의해 다듬어지기 쉽다

그리고 본질이 아닌 부차적인 것들에 쉽게 물든다

어떻게 퇴각했는지 어떻게 공격을 감행했는지 어느 전선에서 싸웠는지는

영웅심에 도취되어 흔히들 하는 '남자'의 전쟁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그것이 아닌 '여자'의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오랜 시간을 들여 삶의 영역이 다른, 많은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다

전쟁이 끝나면 하고 싶은 일 세 가지가 있었어

첫째, 배로 기지 않고 두 다리로 전차 타기

둘째, 흰 빵을 사서 통째로 먹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빳빳하게 풀을 먹인 하얀 침대보 위에서 실컷 자기

우리들, 코나보코의 소녀병사들은 모두 다섯 명이었어

하지만 살아서 엄마한테 돌아온 건 나 하나야

그녀는 뜻밖의 시 한 편을 읊는다

용감한 소녀병사 전차 위로 뛰어올라

그렇게 자신의 조국을 지킨다네

소녀병사는 총탄도 파편도 두렵지 않으니

그 가슴 뜨겁게 불타오르기 때문이네

기억하게 전우여, 그녀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방수망토에 실려오던 그 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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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뱌틀라나 알략산드라우나 알렉시예비치(Svetlana Alexandrovna Alexievich, 1948년 5월 31일(74세))는 벨라루스의 작가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체르노빌의 목소리》 등이 있다.

201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알렉시예비치는 1948년 5월 31일 구소련 우크라이나 SSR의 스타니슬라우주 스타니슬라우(오늘날의 이바노프란키우시크주 이바노프란키우시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벨라루스인이었으며, 어머니는 우크라이나인이었다.
 


알렉시예비치는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났지만 벨라루스에서 유년기를 보냈으며, 1972년 벨라루스 국립대를 졸업한 후 기자로서 벨라루스 잡지사였던 뇨만(Нёман)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그녀는 기자로 근무하는 틈틈이 글을 쓰기 시작했고, 특히 기자로써의 경력을 살려 경험자들의 구술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글을 썼다.
알렉세예비치는 이러한 방식으로 제2차 세계 대전을 다룬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아프간 전쟁을 다룬 《아연 소년들》, 체르노빌 사건을 다룬 《체르노빌의 목소리》를 썼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집권한 루카셴코 정권을 활발히 비판했고, 이 때문의 정권의 미움을 산 그녀는 2000년 벨라루스를 떠나 파리에 정착했다.
이후 반체제 작가로서 주목받아 2007년 펜(PEN) 상을 수상했다.


2011년에는 민스크로 돌아와 현재 벨라루스에 거주하고 있다.
루카셴코도 노벨상 수상을 일단은 축하했고, 중국처럼 신변을 건드릴 위협은 하지 않는 듯하다.


2015년도에 '체르노빌의 목소리'라는 작품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다.


2017년 5월 18일에는 프랑스 언론 등지에서 사망 오보가 떠서 큰 소동이 일어났다.
가짜 트위터 계정을 통한 오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2017년 5월 23일 ~ 25일 개최하는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했다.
정확한 내한 날짜는 알 수 없으나 19일 날 '독자와의 만남'을 가졌으므로 그전에 한국에 온 것으로 보인다.


2020년에 벨라루스에서 시위가 발생하면서 시위대를 지지했다.
동년 8월 26일에 조사당국에 출두했다.
결국 9월 28일 독일로 떠났다.
본인은 도서 전시회 참가 때문이라고 했지만 귀국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사실상 망명으로 보인다.
실제로 출국 당시 상황 좋아지면 돌아오겠다고 덧붙여서 망명이라는 걸 간접적으로 인정한 상태.
루카셴코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자국에서 기록말살형에 처하고 있다.


당연하겠지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에도 벨라루스 정부와 러시아 정부를 신랄하게 까는 코멘트를 내놨다.
 

<작품>

제목
국내 정발명
출판 연도
У войны не женское лицо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1985
Последние свидетели: сто недетских колыбельных
마지막 목격자들: 어린이 목소리를 위한 솔로
1985
Цинковые мальчики
아연 소년들
1991
Зачарованные смертью
죽음에 매료된 이들(Enchanted by Death)
1993
Чернобыльская молитва
체르노빌의 목소리
1997
Время секонд хэнд
세컨드핸드 타임: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최후
2013

한국에서는 문학동네 등 여러 출판사에서 번역하였으며, 전부 중역이 아닌 러시아어 번역가가 번역을 맡았다.

위에서부터 2차 세계대전을 겪은 소련 여군, 2차 세계대전 당시 고아가 된 벨라루스인들, 소련-아프간 전쟁의 참전자들, 소련 붕괴 이후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살한 이들의 주변인들 및 자살 미수자들, 체르노빌 사건의 관련자들, 소련 붕괴와 그 이후의 혼돈을 겪은 사람들의 인터뷰로 구성된 책이다.

 

일본에서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만화화를 했는데, 코우메 케이토가 담당했다.
그리고 성우 히카사 요코가 일부 내용을 낭독하는 PV가 공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