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한국전쟁과 그 비극의 역사/아버지의 城

빨치산의 회한

높은바위 2019. 7. 4. 11:33



 

빨치산의 회한

 

 

두고 온 가족들을 그리는

전율의 피곤이

석양의 그림자를 밟고 섰다.

 

묘비명도 없이 돌 틈에 묻힌

영령들의 울음이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여운(餘韻)

그는 지금 왜 여기 서있어야 할까.

 

기아의 능선너머

골짜기를 누비는 빨치산대열에 서서

녹슨 총기를 닦아야하는

전진(戰塵)의 의미를 그는 모른다.

 

이미 굳어진 이념의 표정으로도

총상이 깊어진 너와 나의 일상으로도

싸워야할 까닭을 모르고

숨죽여 오르내리던 절정마다 

가슴을 앓아야했다.

 

차라리 날개달린 방종의 손을 흔들며

두고 온 가족들 품에

안기고 싶었으리라.

 

버려진 산하를 찾아

초토에 묻힌 모국어를 찾아

굳게 닫힌 불신의 빗장을 풀어놓고

지친 몸 휴식하고 싶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