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영국

브라우닝

높은바위 2015. 3. 24. 04:15

 

 

         밀회

 

회색 바다, 한없이 캄캄한 언덕.

금방 지려 하는 크고 노란 반달.

잔 물결은 잠에서 깨어나

둥근 고리 이루며 불꽃처럼 흩어진다.

나는 조각배를 몰아 샛강을 흘러서

물에 젖은 갯벌에서 배를 멈춘다.

 

바다 향기 그윽한 따스한 갯벌을 지나고

들판을 세 번 건너 농가에 이른다.

가벼이 창을 두드리면, 이어 성냥 켜는 소리.

타오르는 파란 불꽃.

목소리는 두 사람의 심장 합친 소리보다 낮고

기쁨과 두려움으로 마냥 설레는구나.

 

 

 

* 브라우닝(Robert Browning : 1812-1889)은 테니슨과 함께 빅토리아 시대의 대표적 시인으로 독학에 의해 역사와 고금의 문학을 탐구한 주지적인 시인이었다.

그는 뛰어난 시적 감각, 이상한 신텍스와 풍부한 어휘로써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대표작에 무운시(無韻詩) <반지와 책>이 있다.

이 시「밀회」에서 노래되고 있는 밀회의 상대는 뒷날 아내가 된 엘리자베드이다.

엘리자베드의 부친은 그들의 결혼을 적극 반대하였는데 그런 상황에서 사랑하는 자기 모습을 노래하고 있다.

밤에 한 사나이가 배를 타고 들을 건너서 연인을 찾아가 허락되지 않은 사랑이기에 마음 태우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