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농촌의 풍경을 그린 김유정의 대표작 "봄봄"은 넘쳐나는 해학과 유머로 그리고 기지로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가득 주는 단편소설입니다.
소설 내용 중에 "가뜩이나 말 한마디 톡톡히 못한다고 바라보는데 매까지 잠자코 맞는 걸 보면 짜장 바보로 알 게 아닌가."라는 설명에 '바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요.
사전적 정의로는 '어리석고 못나게 구는 사람을 얕잡거나 비난하여 이르는 말', 또는 '지능이 부족하고 어리석어서 정상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바보'라는 말은 순우리말로, 원래의 어원은 '밥을 무식하게 많이 먹는다'는 의미의 '밥보'가 변해서 이루어진 말이며, '밥'에서 'ㅂ'이 탈락하면서 어떤 특성을 가진 사람을 나타내는 접미사 '보'와 합쳐져서 '바보'가 된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강도 높은 단어 및 욕들이 많아지다 보니 본래 비속어로서의 의미는 상당히 퇴색되었고, 도리어 '우직'하고 '선량'한 사람임을 간접적으로 묘사하거나 해당 인물에 대한 친애의 표현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더 많아졌지요.
자기 비하나 겸손한 성격의 사람들이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라는 의미에서 스스로를 바보라고 칭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역사에서는 고구려의 장군 온달이 바보로 유명하지만, 이 역시 실제로 지적장애였을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또, 원래는 평범하거나 오히려 똑똑한 축에 속하지만 전략적으로 '바보' 행세로 상대방의 방심을 유도하는 것을 '가치부전(假痴不癲)'이라고 하는데요, 손자병법 '삼십육계' 중 하나로 27계입니다.
조선시대 고종의 아버지 흥선대원군 이하응이 대중들에겐 가장 잘 알려진 '가치부전(假痴不癲)'의 현실 사례입니다.
철종 때 안동 김 씨의 세도정치 하에서 '상갓집 개'라고 불렸던 것은 과장이 들어가 있긴 하지만, 신분에 맞지 않는 사람과 어울리거나 관직을 청탁하거나 돈을 빌리러 다니는 등, 자신의 위치에 맞지 않게 격 떨어지는 행동을 해서 통제와 위협의 주위 시선을 피한 건 사실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