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논밭 한 가운데 있는 하얗고 둥근 '그거'

높은바위 2023. 3. 15. 07:25

 

'곤포 사일리지(Baling Silage)'라고 한다.

추수를 마친 들판에 거대한 마시멜로나 두루마리 휴지처럼 줄지어 놓여있는 그 물건의 이름이다.

지름 1~2m, 무게 100~500㎏내외의 원통형 모양을 하고 있는 곤포 사일리지는 탈곡을 끝낸 볏단을 동그랗게 말아놓은 것이다.

 

곤포(梱包·baling)란 단단히 다져 크게 묶은 더미나 짐짝, 혹은 그런 짐을 꾸려 포장한다는 의미고, 사일리지는 곡물이나 볏단을 밀폐 후 발효시켜 만든 숙성사료를 뜻한다.

그러니까 곤포 사일리지는 두 단어를 뜻을 합쳐 볏단을 단단히 압축한 뒤 밀폐 포장해서 만든 숙성사료가 되겠다.

입에 붙는 이름은 아닌지라 정작 농가에서는 '덩어리'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베일러라는 농기계를 통해 원통형 혹은 직육면체 모양으로 뭉치고 발효제 등을 뿌린 볏짚을 랩핑기로 돌돌 싸매면 '하얗고 둥근 그거'가 된다.

압축된 볏단을 굳이 비닐로 싸는 이유는 밀폐된 상태에서 발효·숙성 과정을 거친 사료는 수분과 섬유질이 풍부하고 초산균·유산균이 풍부한 사료가 되기 때문이다.

농가 입장에서는 사료 값 부담을 덜 수 있고, 내다 팔 수도 있어(500㎏ 기준 5만~7만 원) 2000년대 초반부터 빠르게 확산됐다.

 

하지만 곤포 사일리지가 이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곤포 사일리지를 만들 때 사용되는 비닐이 환경오염의 원인이 된다는 비판도 있다.

또 곤포 사일리지 도입 이후 철새의 먹이인 낙곡(수확할 때 떨어진 낟알)과 볏짚더미에서 겨울을 나는 벌레가 확 줄어들어 철새들이 굶주리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