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익숙해지며
나는 어느새 밤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비 속을 홀로 거닐다 비 속에 되돌아왔다.
거리끝 불빛 없는 곳까지 거닐다 왔다.
쓸쓸한 느낌이 드는 길거리를 바라보았다.
순시하는 야경이 곁을 스쳐 지나쳐도
얼굴을 숙이고 모르는 체했다.
잠시 멈추어 서서 발소리를 죽이고
멀리서부터 들려와 다른 길거리를 통해
집들을 건너서 그 어떤 소리가 들렸으나
그것은 나를 부르기 위해서도 아니요
이별을 알리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오직 멀리 이 세상 것이 아닌 것처럼 높다란 곳에
빛나는 큰 시계가 하늘에 걸려 있어
지금 시대가 나쁘지도 또 좋지도 않다고 알려 주고 있었다.
나는 어느새 밤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 프로스트(Robert Lee Frost : 1876-1963)는 의식적으로 모더니즘 스타일의 시를 쓰는 것을 회피하였고, 또한 도시생활을 소재로 다루지 않았다.
그가 다룬 것은 주로 전원으로서 이 시에서도 깊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프로스트는 음률을 사용하는 데 대해서 <시가 만들어 내는 표상>이란 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자유시란 네트를 사용하지 않고 테니스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운율의 가치는 테니스에 있어서의 네트와 마찬가지로 그것을 사용하는 편이 훨씬 즐겁다"